'2023 TCR CTCC'의 출전 팀인 'Z.Speed'의 개러지 / 사진 = 진영석 기자
'2023 TCR CTCC'의 출전 팀인 'Z.Speed'의 개러지 / 사진 = 진영석 기자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은 왜 우리나라 자동차경기에 참가하지 않을까?' 20년째 듣는 이야기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모터스포츠가 해외 레이싱에 뛰어들어 WRC와 TCR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2023년, 올해는 중국의 투어링카 경기(CTCC)에 참가해 전 경기를 석권했다.

그것도 현대 모터스포츠와 현대차 중국법인이 직접 팩토리팀을 만들고, 중국 커스터머 팀을 지원해 경기에 참가했다. 

현대차는 '왜?'

질문1. 중국에서는 직접 팩토리팀을 만들고 출전했고, 왜 중국 커스터머 팀을 지원했을까?

질문2, 왜? 우리나라에서는 하지 않을까?

아주 단순한 질문이다.

이 질문이 나오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차가 중국시장에 팩토리팀을 만들고, 커스터머 팀 지원을 올해 처음하게 됐다는데 있다.

 

본지는 이 단순한 답을 찾으러 마카오 그랑프리로 취재에 나섰다.

그 과정 앞서 올린 'GT 월드 챌린지 아시아 총괄 매니저 벤자민'과 슈퍼카 제조사 페라리가 지원하는 중국 커스터머팀 '하모니 레이싱 첸 웨이안' 대표, 전세계 GT 시리즈를 설립한 스테판 라텔까지 이들을 취재하며 글로벌 모터스포츠의 흐름을 이해하려 해봤다.

그래서, 이번엔 멀어보이는 GT 보다 같은 커스터머라면 현대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팀이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올해 첫 현대차의 커스터머 팀이 된 중국팀 'Z.Speed'의 대표 '루카스 류' (Lucas Lu, 중국)와 인터뷰를 가졌다.

 

'Z.Speed'는 '2023 TCR CTCC'에 무려 6대의 현대 TCR 차량으로 참가했다. '현대 아반떼 N TCR' (현지명 현대 엘란트라 N TCR, 이하 엘란트라)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Z.Speed'는 TCR 이외에도 많은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포르쉐 911 카레라 컵, KTM GT4, 아우디 R8 GT4, 람보르기니 우라칸 GT3 EVO, 메르세데스-AMG GT3 Evo, 포뮬러 3, 포뮬러 르노, 혼다, 마쯔다 MX5 등 투어링 카부터 GT카까지 아우르고 있는 대형 레이싱 팀이다.

엔지니어 옆에서 레이스카를 점검하는 'Z.Speed' 팀의 대표 '루카스 류(우)' / 사진 = 진영석 기자
엔지니어 옆에서 레이스카를 점검하는 'Z.Speed' 팀의 대표 '루카스 류(우)' / 사진 = 진영석 기자

'Z.Speed'는 2023년 기준으로 'TCR 중국' 이외에 '중국 인듀어런스 챔피언십'에도 이미 5년 째 참가 중이며, 이외에도 작은 로컬 레이스부터 아시아 단위의 챔피언십과 GT 레이싱까지 참가하며 힘을 키우고 있다.

그 가운데도 'Z.Speed'는 TCR이 팀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대표 '류'는 "GT보다 TCR이 훨씬 재밌다"고 말했다.

커스터머 팀의 특성상 팀의 드라이버 구성에는 '드라이버 본인이 직접 돈을 내고 타는 것'과 '빠른 드라이버가 타는 것'이 필요하다.

'류'는 팀 창단 당시 자본이 중요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고 타는 드라이버들만 계약했지만, 팀의 규모가 커진 후엔 자본적인 부분으로 인해 드라이버와 계약하는 것을 넘어 드라이빙 스킬이 좋고 빠른 드라이버를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23시즌 Z.Speed 팀은 세 개 부류의 다양한 드라이버 카테고리로 구성했다.

첫 번째는 '어리지는 않지만 경험은 없는 아마추어 드라이버', 두 번째는 '카트 출신으로 빠르지만 성숙하지 않은 어린 드라이버', 세 번째는 프로 드라이버다.

TCR 프로 드라이버로는 '장젠동' (Zhendong Zhang, 중국)이 있다.

'2023 TCR CTCC' Race 2에서 우승한 No.69 '맥스 하트' / 사진 = 진영석 기자
'2023 TCR CTCC' Race 2에서 우승한 No.69 '맥스 하트' / 사진 = 진영석 기자

6명의 드라이버 라인업 중 현대 주니어 프로그램 출신 '맥스 하트' (Max Hart, 아일랜드)가 있다.

외국인 드라이버와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냐는 질문에 "보시다시피 드라이버들의 출신이 홍콩, 중국, 대만, 아일랜드 등 다양하다. 엔지니어마저 대한민국, 영국, 이탈리아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팀 구성원 모두가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으로 여기에 함께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팀의 엔지니어들의 구성이 '영국 투어링 카 챔피언십' (BTCC)의 커스터머 팀, 현대 커스터머 팀인 'BRC 레이싱 팀' (BRC Racing Team/이탈리아), 홍콩 및 대한민국 국적의 레이스 엔지니어들로 이뤄져있어, 팀 엔지니어들이 가진 TCR 투어링 카에 대한 깊은 지식에 대한 자신감을 전했다.

본격적 연습 세션 전에 엔지니어들이 팀 미캐닉에게 차량 셋업을 논의하고 전달하는 장면 / 사진 = 진영석 기자
본격적 연습 세션 전에 엔지니어들이 팀 미캐닉에게 차량 셋업을 논의하고 전달하는 장면 / 사진 = 진영석 기자

레이스 카의 필수요소인 차량 셋업 질문에는 "각 차량마다 기본이 되는 베이스 셋업이 필요하며, 이외 드라이버 개개인의 스타일과 서킷 특성에도 맞춰 다시 조정한다. 짧은 시간에 드라이버의 드라이빙 스타일을 바꾸라고 요구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서킷과 드라이버가 하나가 되는 최적의 셋업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를 발굴해 내기 위해서는 많은 돈과 시간과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차량 셋업은 드라이버가 편안한 상태에서 파일럿하기 좋은 셋업으로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2023 시즌 Z.Speed 팀은 6대의 현대 TCR 차량 중 5대의 '현대 엘란트라 N TCR'과 1대의 '현대 i30 N TCR'로 출전했다.

6대의 '엘란트라'를 주문했지만 5대밖에 인도되지 못해 결국 한 대는 'i30' 차량으로 인도받았기 때문이다.

두 차량은 다르지만, 이전 세대 차량인 'i30'도 매우 잘 만들어진 빠른 차량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즌 마무리하는 마카오 그랑프리 또한 같은 차량 구성으로 출전했다.

'2023 TCR CTCC' 출전 차량인 다른 팀, BAS Racing No.72의 '현대 엘란트라 N TCR' / 사진 = 진영석 기자
'2023 TCR CTCC' 출전 차량인 다른 팀, BAS Racing No.72의 '현대 엘란트라 N TCR' / 사진 = 진영석 기자

2024년 초에 인도될 '현대 엘란트라 N TCR' EVO 킷은 페이스리프트로, 차량 구성 하드웨어는 동일하되 차량 외관만 살짝 변경되는 수준이다.

'류'는 큰 변경사안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새로운 모델이고 EVO 차량에게 유리한 BoP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새로운 차량이 출시되면 바로 주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Z.Speed 팀은 '폭스바겐', '쿠프라', '아우디' 등의 차량을 일전에 운용한 경험이 있었지만, 2021년 마카오 그랑프리 이후로 모든 레이스카를 '현대차'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TCR 중국'이나 'TCR 아시아'에 지금까지 현대의 레이스카가 없었기에, 새로운 제조사로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며, 다른 팀들과 차별점을 두고 싶었다는 것이다.

팀은 'FIA WTCR'에서 현대가 좋은 성능을 보여줬기에 기피할 명분도 없었으며, 현대와 함께 새로운 차량으로 우승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쉽기에 현대의 투어링 카를 들이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현대의 커스터머 레이싱 팀, 'Z.Speed' / 사진 = 진영석 기자
현대의 커스터머 레이싱 팀, 'Z.Speed' / 사진 = 진영석 기자

'류'는 현대의 커스터머가 되기로 결심한 타이밍에 "현대 측에 이메일을 넣어 '당사의 차량을 구매해 중국 최초로 현대와 레이스하고 싶다'고 보냈다"고 말하며 현대 측에 중국 팀의 레이싱 배경, 레이싱 기록들을 보낸 후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그 후, 차량도 인도되었다고 설명했다.

'Z.Speed' 팀은 이제 레이싱을 넘어 현대와 함께 '엘란트라'가 중국 시장에 판매될 수 있게 도움도 주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 모터스포츠'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지원하며 지금은 여분 부품 지원 등과 함께 많은 컨택들이 오고가고 있다고 전했다.

'Z.Speed' 팀은 전에 사용하던 현대 TCR 차량을 다른 팀에게 판매했으며, 판매한 차량에 여분 부품과 기술 지원 등을 팀 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와 레이스하는 것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사용하는 팀들에게 할 수 있는 지원까지 나서며 현대와 비즈니스 관계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Z.Speed' 팀의 '현대 엘란트라 N TCR' 차량 프론트 범퍼 / 사진 = 진영석 기자
'Z.Speed' 팀의 '현대 엘란트라 N TCR' 차량 프론트 범퍼 / 사진 = 진영석 기자

현대는 프로 드라이버가 아닌 주니어 드라이버들에게는 커스터머 팀들과 레이싱 할 기회를 주는 것 밖에 없다. 

'류'는 "현대가 팀에게 여분 부품이나 드라이버 지원를 빼면, 금전적인 지원 같은 건 올해는 일단 없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현대와 함께 차량 테스트, 금전적인 지원, 더 많은 여분 부품 수급, 우승 시 보너스 등 현대와 이에 대해 의논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 'Z.Speed'는 현대로부터 유럽에서 테스트할 기회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2024년 팀의 계획은 새로운 차량 구매와 함께 TCR 레이싱 시리즈에 참가한다. 

'TCR 아시아' 챔피언십이 생긴다면 당연히 참가할 것이고, 없으면 'TCR 중국'에서 경기를 참가하게 된다. 

가지고 있는 레이스카를 활용해 '포르쉐 카레라 컵 아시아', '포르쉐 카레라 컵 일본 시리즈'에도 출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TCR 테스트를 가질 예정인데, 한국인 드라이버에 관심이 많다고 전하며, 한국의 레이스 엔지니어와 접촉해 관심있는 한국인 드라이버를 테스트하는 것에 대해 열려있다고 밝혔다.

현대 N 페스티벌 아반떼 N컵 5라운드 시작과 함께 선수들이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다 / 사진 = 진영석 기자
현대 N 페스티벌 아반떼 N컵 5라운드 시작과 함께 선수들이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다 / 사진 = 진영석 기자

또한, 현대는 한국에서 '현대 N 페스티벌'로 알려진 원-메이크 시리즈 레이싱을 중국과 미국에 유치하는 것을 발표했다. 

중국의 현대 커스터머팀 'Z.Speed'가 중국 현지 최대의 커스터머로써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중국 팀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다음 목표는 'TCR 유럽' 시리즈 출전과 '금호 TCR 월드 투어 챔피언십'의 참가라고 전했다.

일단은 'TCR 중국'에서 종합우승을 먼저 거두고, 2~3년 뒤에는 유럽과 월드 투어에서 단순히 출전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보다는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싶다고 마무리 했다.


 

2023 시즌 중국의 대표적인 투어링카 경기 CTCC가 규정을 바꾸며 TCR 레이스카가 투입이 됐고, 현대 모터스포츠와 현대차 중국법인은 바로 중국 내 자체 팩토리팀을 운용하고 커스터머 팀까지 지원에 나섰다.

즉, 현대차는 회사의 레이스카가 출전할 수 있는 경기가 있다면 팀을 만들고 팀을 지원할 수 있다는 해석도 된다.

글로벌 모터스포츠가 멀리있어 보이고 '국내 모터스포츠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실이 변화하려면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경쟁하는 레이스 카테고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없다. 때문에 해외 레이스의 출전과 경쟁을 목표로 하는 레이스팀도 없다. 

결국, 모터스포츠를 꿈꾸는 선수들의 기회는 더 적을 수 밖에 없다.

2024년은 현대의 레이스카가 있는 TCR에 앞서 GT 시리즈가 먼저 들어올 수 있다.

국내에서 레이스를 하는 팀들도 제조사의 지원을 받으며 해외 무대까지 도전하려면 글로벌 모터스포츠에서 살아남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커스터머 팀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2023 마카오 GP 현지취재 - 진영석, 이서연, 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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