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울게 없던 선수 시절을 거쳐, 신예 발굴의 즐거움
'내가 1등하는 레이스보다는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레이스'를 위해
국내 모터스포츠 30년 역사를 가졌지만 성장이 필요하다.
해외 경기에 모든 스텝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한국팀'이 드는 트로피를 갖고 싶다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 이재우 감독 / 사진제공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 이재우 감독 / 사진제공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2000년대 초반 자동차 경기를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이재우'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이재우 선수는 모터스포츠 명가(名家)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을 대표하는 선수로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베테랑 드라이버로 시상대의 단골 손님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와 선수가 아닌 감독의 삶을 써나가고 있다.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이재우 사단이 2022년 현대 N 페스티벌 아반떼 N컵 프로클래스로 첫 걸음을 시작해 시즌 챔피언을 차지하고, 올해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챔피언들을 이끌고 유럽 TCR 클래스에 출전하며 세계 무대로 도전장을 던졌다.

무서울게 없던 선수 시절을 거쳐, 즐기는 레이스에서 이제는 영드라이버 양성의 즐거움으로 한국 모터스포츠에 자신의 이름을 써나가며 이제는 '명장'이란 타이틀이 어울리는 이재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05년 BAT GT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포디움 정상에 오른 이재우 감독(중앙), 조항우 선수(좌), 오일기 선수(우) / 사진제공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2005년 BAT GT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포디움 정상에 오른 이재우 감독(중앙), 조항우 선수(좌), 오일기 선수(우) / 사진제공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Q.감독님의 레이스 커리어 먼저 소개 부탁드린다.

A.1995년에 데뷔했고, 준비는 1994년부터 한 것 같습니다. 공식 공인 대회에 출전한 건 1995년이고, 국내 온로드 레이스가 시작되는 해부터 은퇴까지 국내에서 열리는 레이스는 다 나간 것 같습니다.

 

Q. 선수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가 언제인지?

A. 처음 레이스를 시작해 2000년도까지는 성장기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 다시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에 몸 담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는 성숙기라고 봅니다. 뭔가 무서울 게 없는 시기였습니다.

그 후, 쉐보레에 있던 시기는 좀 안정된 시기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지금 돌아온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에서는 조금 이르긴 하지만 레이스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Q. 감독님이 말씀하신 2004년도가 정말 모터스포츠를 재밌게 즐기셨고 저도 즐겁게 봤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감독님 생각은 어떠신지? 

A. 그때는 사실 선수들 실력도 비슷해서 재미있는 경쟁 구도가 많이 조성 됐었습니다. 참가 대수는 지금보다 적었지만 흥미를 유발할만한 요소가 많았던 것 같아요. 

렉서스, BMW 등 다양한 팀들이 선두권 싸움을 하다보니 어느 정도 감정선도 만들어지며 볼거리를 제공해줬던 것 같습니다.

모터스포츠란게 사실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맞다면 그냥 차만 달려도 팬들이 생기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룰이 복잡하진 않다 보니 내용을 조금만 더 알고 보면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선수는 그냥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팀의 작전과 드라이버의 심리상태, 뒤에 있는 드라이버가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어떤 작전을 펼쳐 앞의 선수를 흔들고 있는지가 보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선수들이 펼치는 페인트 모션이 먹혀서 "조만간 추월하겠네" 싶었던 순간 딱 추월이 이루어지는 이런 부분들이 경기를 재밌게 만듭니다. 

쉐보레 레이싱 시절 배우 겸 드라이버 안재모 선수(좌)와 함께 감독 겸 드라이버로 활약했던 이재우 감독(우) / 사진 = 진영석 기자
쉐보레 레이싱 시절 배우 겸 드라이버 안재모 선수(좌)와 함께 감독 겸 드라이버로 활약했던 이재우 감독(우) / 사진 = 진영석 기자

Q. '쉐보레' 시절엔 안재모 선수와 같이 하면서 어떻게 보면 선수와 팀 감독을 병행하셨다.

A. 감독 겸, 선수가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 성적도 물론 챙겨야겠지만 파트너 드라이버도 챙겨야 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아까 말씀드렸던 쉐보레에 있을 때 제가 겪었던 시기랑 닿는 면이 있습니다.

드라이버로서 어느 정도 성장하고 어떤 부분이 우선인지 알아가던 시기였어요.

1등을 하면 드라이버한테는 영광이지만 매번 같은 드라이버가 우승하는 부분은 레이스를 전반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2015 시즌 슈퍼레이스 나이트 레이스에서 이재우 감독이 1위, 안재모 선수가 3위로 함께 쉐보레 더블 포디움을 차지하기도 했다. / 사진 = 진영석 기자
2015 시즌 슈퍼레이스 나이트 레이스에서 이재우 감독이 1위, 안재모 선수가 3위로 함께 쉐보레 더블 포디움을 차지하기도 했다. / 사진 = 진영석 기자

Q. 그 당시 저도 경기를 재밌게 즐기며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하필 그 당시 쉐보레 레이스카가 전륜(FF)이라 어려운 점이 많았던 걸로 안다.

A. 주변 팀들의 견제가 심하기도 했고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항상 얘기했던 부분이지만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가면 차량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균형을 맞추는게 상당히 어렵다보니 사실 FF(전륜구동)와 FR이(후륜구동) 같이 시합을 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레이스 환경상 그런 부분을 다시 바꾸기도 어려워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경기를 했지만 정말 힘들었어요.

2018~19시즌 블랑팡 GT월드 챌린지 아시아로 국내 첫 해외 GT클래스에 도전했던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 시진 = 진영석 기자
2018~19시즌 블랑팡 GT월드 챌린지 아시아로 국내 첫 해외 GT클래스에 도전했던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 시진 = 진영석 기자

Q. 정말 긴 시간의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인디고 감독으로 시작하는 순간이다.

코로나 전에 인디고는 한국 팀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아 GT 시리즈에 도전했고, 지금은 2명은 해외, 2명은 국내 경기에 출전하며 스폰도 다양하고 포괄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으니 국내 어느 팀을 보더라도 지금의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의 꾸준한 도전은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된다.

감독님의 생각은 어떠한지? 

A. 물론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은 여타 국내 팀에 비해 다양한 측면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시스템과 인프라를 잘 갖춘 팀입니다. 즉, 우승을 위한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현재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인프라와 환경을 고려한다면 우리 팀의 우승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저변 확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과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이 동반 성장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이는 국내 모터스포츠 명가로서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의 지향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특히, 드라이버 같은 경우에도 사실, 신예 드라이버 발굴에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층도 얇아졌고 솔직히 말해, 신예 선수들도 분명히 자기보다 빠른 선배 드라이버 이상으로 할 수 있는 선수들인데 능력을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좋은 드라이버들이 나오기 위한 계기나 양성 과정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그런 의미에서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은 대한민국 신예 드라이버 및 모터스포츠 인재 양성과 관련해서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은 1997년 창단 초기부터 드라이버, 엔지니어, 미캐닉, 지원 스탭 등 신구의 조화를 고려해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팀을 운영해왔습니다. 현재 국내 모터스포츠 곳곳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많은 분들이 우리 팀 출신이라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2020년부터는 ‘인디고 주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주니어 드라이버 육성 및 후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일회성 후원이 아니라 아마추어 주니어 드라이버들이 프로 드라이버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과 지원을 포함한 전반적인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 팀 소속으로 TCR 이탈리아에 출전 중인 박준의 선수와 현대 N 페스티벌에 출전 중인 강승영, 김화랑 선수 그리고 엑스타 레이싱의 이창욱 선수 등 인디고 주니어 프로그램이 배출한 젊은 선수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선수 육성을 전문으로 하는 팀은 아니에요. 신예 선수 발굴을 우리 팀에서 다 소화할 순 없지만,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 내고,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을 지속하다 보면 다른 팀에서 눈여겨보고 있다가 해당 선수를 영입하는 상황도 생길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국내 모터스포츠가 전반적으로 상승 곡선을 타지 않을까 합니다.

2019년 블랑팡 GT 월드 챌린지 아시아 9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 / 사진 = 김범준 기자
2019년 블랑팡 GT 월드 챌린지 아시아 9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 / 사진 = 김범준 기자

Q. 결과적으로는 모터스포츠에 모범이 되는 팀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대기업이니까 가능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터스포츠는 성적을 내는 스포츠다.

기회가 주어진건 맞지만 팀이 나가는 방향이나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A. 사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제 생각만으로 일이 이렇게 된 건 아닙니다.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은 전통의 명문 팀이고 거시적인 팀 운영의 방향성은 예전부터 존재했습니다. 물론 저는 세부적인 시즌 준비를 위한 가장 중요한 서포트를 담당하고 있구요. 

팀의 지향점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더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팀원들이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팀 운영방식을 고민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더 큰 방향을 잡는 건 사실 제 역할이 아닙니다.

다행히도 우리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성과보다는 약간의 희망, 더 나아가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선수 시절 레이스카에 앉아 경기를 기다리는 이재우 감독 / 사진 = 진영석 기자
선수 시절 레이스카에 앉아 경기를 기다리는 이재우 감독 / 사진 = 진영석 기자

Q. 감독님 때는 못하셨던 것들이 이뤄지는게 많은 상황이다. 지금 선수들을 양성하며 즐기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A. 저는  사실 2017년도를 마지막으로 레이스카에서 내렸습니다. '한 2~3년 정도는 한 1년 정도 또 차를 탈 수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한 2년차부터는 '이제 나이도 있고 레이스카는 그만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선수로서 레이스에 대한 욕심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탈리아에 가서 레이스를 하니 다시 드라이버 DNA가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국내하고 다른 스타일의 레이스기도 하고, 워낙 치열하고 파이팅이 넘치니까 마음이 살짝 꿈틀했지요. (웃음) 

박준의 선수(좌)와 함께 걷는 이재우 감독(우) / 사진제공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박준의 선수(좌)와 함께 걷는 이재우 감독(우) / 사진제공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Q. 얼마전 카트 대회 때 박준의 선수와 인터뷰를 했는데 한국하고는 완전히 다르다는 소감을 들었다. TCR 이탈리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일단, 직접 경험한 소감으론 부럽다는 마음이 듭니다.

레이스 문화 자체가 그렇고, 한탄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내 레이스가 이런 좋은 부분들을 비슷하게라도 갖출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국내에서 제가 선수생활을 할 때도 레이스 문화에 수정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TCR 이탈리아에 참가해 직접 눈으로 보고 레이스를 하니 그 차이가 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우리도 어쨌든 모터스포츠 역사가 30년이나 되는데 지금은 좀 맴도는 느낌이 있습니다.

30년이나 이런 식으로 레이스를 하다보니 타성에 젖어있는게 크고, 실제로 뭔가 판이 바뀌려면 가장 필요한 게 자본입니다. 국내 모터스포츠는 그런 자본이 들어오기 어려운 환경이라 변화도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주어진 환경에 비해 국내 팀들이 열심히 하는 건 맞지만 그래도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부분들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TCR 이탈리아에서 선수들의 기록을 체크하는 이재우 감독 / 사진제공 = 쏠라이트 인디고
TCR 이탈리아에서 선수들의 기록을 체크하는 이재우 감독 / 사진제공 = 쏠라이트 인디고

Q.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의 올해 목표가 어떤지?

A. 사실 올해 우리 팀 전원이 TCR 이탈리아 대회에 현지 출장을 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비용을 감수하고 현지 출장 및 참가 인원을 확대한 이유는 모터스포츠 선진국인 유럽의 대회 운영, 각 팀의 경기 운영 및 팀 관리 방식 등을 우리 팀 각 파트원들이 현지에서 직접 보고 경험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경험과 학습, 벤치마킹을 위한 투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투자를 하고 경험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다른 해외 경기를 나가게 됐을 때 그 대회에 드라이버만 가서 그 곳에서 관리하는 차를 타고 우승해 트로피만 드는 게 아닌, 정말 드라이버부터 미캐닉, 엔지니어, 감독을 비롯해 그 외 모든 스탭들이 한국 사람으로 구성된 한국 팀이 드는 그런 트로피가 갖고 싶은 것입니다.

국내 최고 클래스로 2022년 시즌까지 21대의 레이스카가 경쟁했던 슈퍼레이스 6000클래스는 여러 악재로 팀과 선수의 이탈로 출전대수가 14대까지 줄었다. / 사진 = 진영석 기자
국내 최고 클래스로 2022년 시즌까지 21대의 레이스카가 경쟁했던 슈퍼레이스 6000클래스는 여러 악재로 팀과 선수들이 이탈해 출전대수가 14대까지 줄었다. / 사진 = 진영석 기자

Q. 국내 모터스포츠는 올해, ‘아트라스BX모터스포츠’를 비롯해 ‘볼가스 모터스포츠’도 그렇고 어떤 이유에서든 해외로 나갔거나 또는 나가길 준비하는 팀과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그 팀들도 계속 팀은 성장하고 있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는데 국내 레이스에선 그들을 수용해주지 못하니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해외로 나가려는 팀들 및 선수들 입장에선 합리적인 대회를 택하는 겁니다. '졌으면 졌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합리적인 대회, 그 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국내 대회가 운영적인 측면에서 고집이 아닌 전문성을 좀 더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선수들도 당연히 전문성을 가져야 하지만, 지금은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라 각 포지션에 있는 분들이 전문성을 갖고 접근을 해서 ‘아니다’ 싶은 부분은 빨리 바꿀 수 있는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제약이 많다 보니 심사를 해야 될 것도 많아요. 앞서 TCR 이탈리아 레이스 얘기를 할 때 '파이팅이 넘친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이탈리아는 그냥, 파이팅 넘치게 놔둬요. 

그게 재밌으니까. 스포츠기도 하고...

국내 레이스는 심한 경우에 푸싱 한번 했다고 패널티가 나옵니다. 와이드를 했다고 잘 가고 있던 드라이버를 불러들여요. 이런 부분들이 국내에서 레이스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또한, 팀이 규정에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대회는 피곤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규정이 나오면 수긍해야 해요. 심사 자체도 결과가 나오면 기분은 안 좋아도 수긍하고 끝내야 합니다. 그렇게 수긍하고 끝낼 수 있는 경기가 돼야 하는데 심사가 나오면 또 항의를 해야 되고, 항의가 항의를 거듭합니다.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이 출전 중인 이탈리아 TCR 레이스 / 사진제공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이 출전 중인 이탈리아 TCR 레이스 / 사진제공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Q. 앞서 말씀해주신 부분들이 사실 ‘슈퍼레이스’나 ‘현대N페스티벌’ 등 국내 경기의 대표적인 레이스의 특징이라 생각된다. 거기에 심사 결과가 빨리 안 나오고 심사기준과 결과에 신뢰가 떨어졌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A. 물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면 안되기 때문에 푸싱이나 레이스 중의 사고를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아요.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너무 선을 지키다 보면 팬들이 등을 돌릴 수 있어요. 아무 트러블 없고, 푸싱도 없고, 경쟁도 없는 레이스를 누가 재미있게 보겠습니까. 팀들도 그런 부분들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고, 선수들도 그런 와중에 성장하고 서로를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저도 아까 말씀드렸듯이 선수 시절에, 그때는 뭐... 악당처럼 운전했습니다. (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레이스를 좀 더 경험해보니, 내가 1등하는 레이스보다는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레이스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Q. 감독 이재우로 팬들에게 한마디?

A. 우선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에 보내주시는 뜨거운 관심과 성원에 늘 감사드립니다. 

모든 프로 스포츠가 그렇듯이 모터스포츠의 궁극적인 존재의 이유 또한 팬분들이 있어서 입니다. 국내 경기든 해외 경기든 팬분들께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기 위해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은 최선을 다해 달려왔고 달리고 있으며 달릴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TCR 이탈리아에 출전해 3라운드 6위, 25세 이하 선수 중 2위를 기록하며 트로피를 수상한 박준의 / 사진 = 쏠라이트 인디고 인스타그램
TCR 이탈리아에 출전해 3라운드 6위, 25세 이하 선수 중 2위를 기록하며 트로피를 수상한 박준의 / 사진 = 쏠라이트 인디고 인스타그램

올해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의 드라이버 라인업은 해외 박준성과 박준의, 국내 강승영과 김화랑 4인 체제로 20203 시즌을 맞이했다. 

박준성과 박준의는 모터스포츠의 본 고장 유럽에서 펼쳐지는 TCR 이탈리아에 출전해 선전 중이다.

매 라운드 40여대의 차량이 더블 레이스를 펼치는 가운데 지난 7월 8일~9일(한국시간) 무젤로(Mugello) 서킷에서 펼쳐진 R3 Race1 경기에서 박준의는 6위에 올랐고, 25세 이하 선수 중에서는 2위를 기록하며 ‘U25 트로피’ 수상하기도 했다. 

R3 Race2 경기에서는 박준성이 7위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레이싱의 위상을 드높였다. 세계 무대의 벽은 여전히 높지만 의미있는 레이스를 펼치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23 시즌 현대N페스티벌에 출전하는 이재우 사단의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 / 사진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2023 시즌 현대N페스티벌에 출전하는 이재우 사단의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 / 사진 =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

국내 대회인 '현대 N 페스티벌' 아반떼 N컵 클래스에는 강승영과 김화랑이 출전 중이며 지난 6월 24일~25일 양일에 걸쳐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진행된 올 시즌 아반떼 N컵 첫 경기인 Race1(김화랑 프로클래스 2위), Race2(강승영 아마추어클래스 1위)에서 번갈아 포디엄에 오르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명가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이 국내와 해외에서 다양한 레이스를 향한 꾸준한 도전과, 2023 시즌을 시작해 좋은 기록들이 나오며 감독으로서 기량을 아낌없이 펼치는 '이재우' 감독의 새로운 발걸음이 국내 모터스포츠의 성장과 발전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미디어룩(MediaLoo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