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사업진출을 공식화 한 가운데 현대캐피탈이 진행중인 '현대·기아차 인증 중고차 사업'과의 중복에 따른 소비자혼선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중고차 매매업체와 협업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대차가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현재의 '상생모델'이 흔들릴 가능성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중고차 매매업 라이센스를 가진 6개 전문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현대·기아차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 대상에는 5년·10만㎞ 이내 주행 차량으로 제한되며 내부 심사를 거쳐 A(무사고), B(경미사고) 등급 차량만 선별된다. 이들 차량은 10개 영역 233개 항목에 대해 검사·검수 등을 받게 되며 품질개선 작업 등을 거쳐 시장에 나오게 된다.

이후 검사결과부터 정비·관리이력 등이 공개되고 '정가 판매제'를 통해 오프라인 및 모든 온라인 채널에서 차량이 판매될 때 동일 차종은 동일 가격으로 판매되는 등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캐피탈은 브랜드 이미지와 금융서비스 등의 판매 지원을 맡는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중고차 매매업체에 브랜드나 금융 서비스 등의 판매를 지원하는 일종의 상생모델"이라며 "품질을 엄격한 기준에 맞추다 보니 고객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대차가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 한 상태에서 해당 사업과 중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사업 구조가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중고차 물량을 직접 확보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현 구조에서 크게 달라질 만한 내용은 많지 않다.

수입차의 인증 중고차 서비스 역시 이와 비슷한 구조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들 역시 각 사의 전속금융(캡티브 파이낸싱)을 두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MBFSK),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중고차 사업은 금융서비스 동반이 필수인 만큼 현대차가 시장에 진출할 경우 계열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같은 인증 중고차 사업이라 하더라도 세부적인 내용이나 물량 확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 사업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사업 방향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에 본격 진출할 경우 방향이 틀어질 수 있다.

중소기업벤처부 관계자는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 사업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만큼 중복사업 여부를 거론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따른 상생 방안을 마련해나갈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판매의)근본적인 문제는 품질 평가, 가격 산정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중고차 사업을 해야 한다"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신차 시장의 70~80%를 점유하는 데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가격 등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독점에 대한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다만 대기업 진출에 따른 장점도 있는 만큼 실질적인 상생협약안이 어떻게 구체화되는 지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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