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IBK 기업은행 잇따라 ‘아다니 석탄터미널’ 투자 중단 약속

기후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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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6일 한국투자증권의 호주 아다니 애봇포인트 석탄 터미널(AAPT) 투자 철회 약속에 이어 27일 IBK 기업은행도 AAPT뿐만 아니라 호주 환경을 저해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7월 17일과 30일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동일한 사업에 대해 투자 중단 선언한지 한 달만의 일이다. 이로써 지난 2년간 AAPT에 투자했던 국내 금융사 모두 투자 중단 대열에 동참했다. 

AAPT는 세계 최대 규모로 개발되고 있는 카마이클 석탄 광산에서 채굴될 석탄이 수출될 항만시설로, 광산을 개발 중인 인도의 아다니 그룹이 지난 2011년 호주 퀸즈랜드 주정부로부터 구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 금융사들은 지난 2년간 AAPT를 담보로 하는 대출채권을 인수했다. 

지난해 IBK 기업은행을 비롯해 한화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은 AAPT로부터 약 2500억원 규모(2억8백만 USD)의 대출채권을 인수했고,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 약 2,700억원 규모(3억3천만 AUD)의 대출채권을 매입한 바 있다.

현지 환경단체들은 “카마이클 광산에서 채굴되는 발전용 석탄 전량이 AAPT를 통해 수출되기 때문에 AAPT운영은 카마이클 광산 사업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하며 AAPT에 대한 금융제공을 반대해 왔다. 

전세계 금융사들의 투자철회와 평가가치 하락으로 인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카마이클 광산 개발 프로젝트 사업은 투자자들의 철회 움직임에 따라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현재까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38개 금융기관이 아다니 그룹의 석탄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 뿐만 아니라 AAPT의 채무만기가 도래하면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3월 31일, AAPT의 등급을 BBB-에서 투자적격 아래 등급인 BB+로 하향시켰으며, 무디스역시 지난 5월 25일 AAPT의 등급전망을 하향조정 했다.

한국 금융사들의 투자철회 움직임은 지난 6월 AAPT가 2,100억원(2억5천만 AUD)규모 대출채권의 리파이낸싱(대출상환을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시도하자 마켓포시즈 등 현지 단체가 국내 금융사에 서한을 보내 “카마이클 석탄광산 개발사업과 AAPT 관련된 어떠한 금융거래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7월 현지 청소년들과 환경단체가 호주 시드니의 삼성전자 매장과 한화큐셀 사무실에 항의 방문을 하며 곤혹을 치렀다. 이후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AAPT의 채권 매입 과정에서 카마이클 광산프로젝트와의 연관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향후 AAPT와 관련해 어떤 형태의 금융제공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달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석탄 관련 추가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6일 마켓포시즈 측에 따르면 “이번 선언이 AAPT에 대한 투자 중단도 포함하느냐는 질문에 한국투자증권이 ‘석탄과 관련한 어떠한 형태의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 IBK 기업은행의 참여 중단 약속도 현지 단체의 서한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이뤄졌다. 태평양 연안 군소도서국 환경단체인 ‘태평양 기후 전사(PCW)’는 26일 IBK 기업은행에 공식 서한을 보내 AAPT에 대한 추가적인 금융제공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조셉 시클루 PCW 대변인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기후위기가 초래한 태풍과 해수면 상승의 피해와 싸우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IBK 기업은행은 주요한 원인인 석탄과 AAPT 투자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날 IBK 기업은행은 PCW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AAPT 관련 자산취득은 신탁업자로서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의 운용지시에 따라 단순 취득한 것으로 보관업무만 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그럼에도 기업은행은 향후 AAPT 뿐만 아니라 호주의 환경을 저해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위기의 피해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석탄광산의 개발과 직결된 AAPT에 투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민간 채권단이었던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IBK 기업은행도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투자철회를 통해 한국 금융기관들이 호주 석탄문제를 넘어 석탄 투자 자체를 재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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