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대차 3법 후속조치로 전월세전환율(현행 4%)을 하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전세시장에 이어 월세시장마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당정청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부동산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임대차 3법 후속조치로 전월세전환율 하향 조정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 3법) 개정으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당정청이 긴급히 후속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의 전월세전환율은 저금리 상황에 맞게 낮추는 등 탄력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월세시장에 대한 개입 의지를 밝혔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절한 비율을 정부가 정한 것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기준금리+3.5%'로 돼 있다. 현 기준금리가 0.5%이니 전월세전환율은 4.0%다. 7월 기준 시중은행의 평균 대출이자율은 연 2.65%, 마이너스통장 이자율은 평균 연 3%가량으로 전월세전환율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전환율을 낮출 경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는 늦출 수 있지만, 월세매물까지 위축돼 임대차 시장의 매물 기근현상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월세전환율을 낮춘다는 것은 임대인들의 수익 감소를 뜻한다"며 "현재 세 부담 증가와 유지·보수 등 운영경비를 감안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월세매물이 줄어드는 등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전환율을 낮추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오는 속도를 늦출 순 있다"면서도 "주택개발 수요와 주택공급이 줄어들면서 서민들이 집을 못 구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을 동시에 옭아매면서 월세에서 매매로 가는 '주거 사다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의 공급주체인 다주택자를 강력하게 규제하면서 임대매물이 줄어들고 있다"며 "월세에서 전세, 매매로 가는 주거사다리를 지켜줘야 하는데 그 반대"라고 주장했다.

전월세전환율은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고, 강제성 있는 규정이 아니라 하향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는 전월세전환율 가이드라인을 위반해도 처벌규정이 없다"며 "페널티를 현실화해야 제도 마련과 함께 임대인에게도 적정 임대료를 보장해줘야 하는 연구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룩(MediaLoo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