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ARM
제공=ARM

팹리스 업체 ARM이 매물로 나오면서 반도체 업계가 뒤숭숭해졌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대부분이 ARM 기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상황. 삼성전자가 빅딜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높아진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RM을 매물로 내놨다. 2016년 미래를 내다보고 인수했지만, 최근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알짜 매물인 ARM까지 내놓게 됐다고 알려졌다.

인수가격은 4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소프트뱅크가 인수했을 당시 가격 수준이다.

ARM은 스마트폰 등에 장착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대한 특허권을 다수 갖고 있는 회사다. ARM 아키텍처라고 불리는 것으로, PC에 주로 쓰이는 x86과 양대산맥으로 평가받는다.

연간 매출액은 2조원 수준이다. 이중 대부분이 ARM 아키텍쳐에 대한 로열티로, 영업이익도 높은 편이다.

일단 엔비디아가 인수에 뛰어들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그래픽 프로세서 유니트(GPU)를 만드는 회사로,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 주가를 높여 시가 총액으로 인텔을 앞선 회사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IT 기기에 필수 요소인 CPU와 GPU 원천 기술을 모두 보유한 회사가 된다.

단,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매출 규모가 반도체 업계 10위 수준으로 40조원이라는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

이에 따라 다른 회사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일단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애플이다. 애플 역시 ARM 아키텍쳐를 이용해 아이폰에 장착하는 AP를 만들어 왔으며, 앞으로는 맥북에도 인텔의 x86 대신 ARM 기반 프로세서를 탑재할 예정이다.

애플이 ARM을 인수하면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 등 경쟁 업체들이 난감해질 수 밖에 없다. 경쟁사 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제품 경쟁력에서 우위를 뺏길 수 있어서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ARM을 사들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00조원 이상 보유금을 대형 M&A에 쓸 수 있다고 강조해온 바 있다. 최근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공을 들여왔던 만큼, ARM을 매입하면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가져올 수 있다.

문제는 ARM이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연간 매출이 2조원에 불과한데다가, 기술적으로도 기본만 ARM 특허를 사용할 뿐 더 앞선 자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ARM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팹리스 회사들이 경쟁사에 수주를 맡기기를 꺼리는 상황, ARM까지 보유하면 더욱 경계심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나마 가장 평범한 결론은 구글이다. 구글은 이미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회사로, ARM 기술까지 보유하면 안드로이드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단 소프트뱅크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매각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ARM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반도체 업계 관계도도 크게 바뀔 것"이라며 "다만 ARM이 기술적으로 크게 뛰어나다고 보긴 어려운 곳이라 인수가 긍정적일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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