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일대 아파트 전경. (미디어룩DB)
서울 잠실일대 아파트 전경. (미디어룩DB)

문재인 정부 들어 21번째 부동산종합대책이 지난 17일 발표됐다. 지난해 12·16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 여러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라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 우려한 것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에 후속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강력한 대책으로 규제의 틈새를 파고드는 투기꾼들을 상대로 맞불을 놨다.

 
애초 9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는 이미 예견된 부작용이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했던 3억∼6억 원, 6억∼9억 원의 중·저가 아파트를 샀다가 단기에 되파는 '갭투자'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거래가 늘고 가격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책을 밀고 나갔고, 결국 역풍을 맞았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못하도록, 서울과 수도권, 더 나아가 청주 대전까지 규제지역으로 묶고, 갭투자를 못하게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 역시 지난 대책과 마찬가지로 '허점투성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시 투기꾼 잡으려다 애꿎은 서민만 피해볼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대출길이 막히면 현금이 풍부한 이들만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형성돼 시장에서의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은 지금보다 더욱 심해질 것이라 지적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은 "이번 대책은 실수요자들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6.17 대책으로 대출길이 막혀 이제는 자본력이 탄탄한 사람만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결과적으로 중산층까지 주택매입이 어려워져 시장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현재까지 정부의 수많은 대책에도 투기세력의 기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정부대책이 발표되고 잠시 동안 시장의 눈치를 보며 규제의 허점을 노렸고 이슈가 가라앉을 때 즈음에 대책의 허점을 파고들어 또 다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문재인 정부 들어 4년간 전국 집값은 4년간 40%가까이 상승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에 따르면 정부의 갖은 초강력 규제에도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국 주요 아파트들의 가격은 평균 37.5% 상승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145㎡은 지난 2017년 문 정부가 시작됐을 당시 21억 5000만원에 실거래 됐지만, 올해 5월에는 33억 3000만원에 거래돼 4년간 54.9% 오르기도 했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에서 9억2013만원으로 51.7% 상승했다.
 
이에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은 잡는다고 잡히는 경제 논리가 형성되지 않는다"라며 "시장 자체가 시중의 유동성이나 집값 고유의 사이클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집값 상승을 정부의 규제로 막는 것은 어패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의 저금리현상이 2022년까지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고 하반기 30조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3차 추경과 3기신도시 토지보상자금 유입 등 부동자금도 만만치 않게 풀린다.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원천봉쇄하기 쉽지 않은 만큼 집값의 조정까지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 속에 정부는 집값 상승이 또 다시 지속되면 언제든 규제의 칼을 빼들겠다는 심산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공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칫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인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위축되는 등 자가 이전의 규제가 임대차시장의 가격불안 양상과 분양시장의 과열이란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한 대체 투자처 발굴과 도심지역의 꾸준한 주택공급을 통한 정비사업의 공급방향 모색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으로 일부 갭투자자의 투기를 차단 할 수는 있겠지만 전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투자수요를 차단하는데 큰 도움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전입 의무로 인해 전세 물량이 감소해 전세시장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장의 기대감을 꺾이지 않는 이상은 투자수요는 또 다른 규제 구멍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투기과열지구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덜한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는 또 다른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정대상지역인 광교신도시는 이미 일부 서울 집값을 뛰어넘어 전용 84㎡가 20억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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