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에서 신차를 1대씩 팔 때마다 KBS와 MBC에 실시간교통정보(TPEG) 서비스 이용료로 약 3만500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완성차 업체가 지난해 두 방송사에 지불한 금액은 1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이용료는 판매대금에 고스란히 반영돼 사실상 소비자가 부담한다. ‘1인 1스마트폰 시대’에 무료로, 정확성이 더 높은 실시간 교통정보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있는데도 소비자들은 선택권 없이 자동차 구입과 함께 TPEG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11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신차에 들어가는 순정 내비게이션에는 TPEG 서비스가 수신되고 있다. TPEG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전파에 교통정보, 유가정보 등을 실어 보내는 부가 서비스로 2006년부터 국내에서 시작됐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KBS, 르노삼성차는 MBC와 계약을 맺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1대를 팔 때마다 3만5000원씩 지난해 30억 원 가까이를 MBC에 지불했다. 현대·기아차도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연간 100억 원 이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만 해도 TPEG는 전국에서 실시간 교통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SK텔레콤 T맵, 카카오내비 등이 TPEG를 빠르게 대체했다. 최근에는 아예 자동차를 이동통신망에 직접 연결한 ‘커넥티드 카’까지 나오고 있다.

TPEG 이용료는 KBS와 MBC가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집하고, 정보들을 가공 및 송출하는 데 따른 대가이기는 하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TPEG는 충분히 더 저렴한 비용으로 대체 가능한 구형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모바일 내비게이션은 수시로 업데이트를 하면서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지상파의 TPEG 서비스는 2006년 서비스 초기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TPEG의 기술적 한계를 감안해) DMB가 아닌 인터넷망을 활용한 새로운 TPEG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 관계자는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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