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삼성이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에 사과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무노조 경영’을 포기했다고 약속한 상황, 새로운 노사 문화를 정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씨는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 중이던 철탑 고공 농성을 마무리했다.

삼성으로부터 사과와 명예 복직, 보상 등 합의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1982년 창원공단 삼성항공(현 한화테크원) 공장에 취업해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해외 파견 등 보복을 당한 끝에 1995년 해고당했다.

이후 삼성을 상대로 명예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왔으며, 지난해 6월 고공농성에 돌입해 3차례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이 노조와 협상한 첫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서비스가 2019년 직원들을 정규직화 하긴 했지만, 노조 와해 혐의에 따른 경영진 구속 수사 등에 사실상 '등 떠밀린' 판단이었다.

앞서 삼성은 이달 초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후 1달도 지나지 않아 직접 김 씨를 찾아 협의를 이뤄낸 것.

일단 노조를 인정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결성한 노조와 첫 임단협을 개시했으며,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등 '삼성 노조 연합'이 결성된 계열사에서도 노사 합의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과 함께 경영권을 상속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불공정하게 합병했다는 이른바 '삼바 사태'에 연루된 상황에서, 삼성이 '면죄부'를 받기 위해 제스처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단, 일단 삼성에서 노사간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대국민 사과 이후 변하려 하는 의지는 분명해보인다"며 "가장 큰 계열사인 삼성전자 노조가 제대로 조직되기 시작한다면 그룹 전체로 번져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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