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을 앞두고 현역은퇴를 발표한 이지남 / 사진 = 전남 드래곤즈 제공
2021시즌을 앞두고 현역은퇴를 발표한 이지남 / 사진 = 전남 드래곤즈 제공

전남 드래곤즈의 수비수 이지남이 2021시즌을 앞두고 현역은퇴를 선언했다. 

이지남은 현역시절 큰 키를 이용한 제공권, 탁월한 위치선정, 선수단을 아우르는 리더십이 강점인 수비수였다. 2020년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치타스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 이지남은 이후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경남FC, 대구FC, 중국의 허난 전예를 거쳐 2015시즌부터 전남 드래곤즈에서 활약했다.
 

은퇴를 결심한 계기는?

나이도 많아졌고 2020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어서 다른 제 2의 인생을 살아볼까 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다.

 

지난 20여년을 되돌아 본다면?

고3이었던 2002년 안양LG에 연습생으로 들어갔다. 어린 나이에 대선배님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지금까지 오면서 운도 많이 따랐고, 열심히 하고 재미있게 하다 보니 어느덧 19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 같다.

나는 처음부터 주목받은 선수가 아니었다. 2004년 FC서울에서 21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데뷔전을 치렀지만 주축 선수는 아니었고, 군 복무를 하고 경남FC로 이적했을 때도 2군 생활을 오래했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인해 경남에서 처음 선발로 나가게 됐는데 프로 생활 7년만에 데뷔골을 넣었다. 그러나 높은 레벨에 있는 1군 경기를 뛰다 보니 부상이 찾아왔고, 출전 기회를 연속적으로 잡지 못했다.

나에게 조광래 사장님은 아마추어 축구선수였던 나를 FC서울에서 프로선수로 만들어주시고 경남FC에서도 불러주신 은인이다. 은퇴를 결심하고 얼마 전에 인사 드리고 왔는데, 제 2의 인생도 잘 준비해서 해보라고 응원을 해주셨다.

경남FC에서 2년을 뛴 후 FC서울에서 인연이 있던 이영진 감독님이 계시던 대구FC로 이적해서 나름 전성기를 보냈다. 3년차였던 대구에서 후반기에 주장을 하며 개인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팀은 강등되었다. 하루하루가 절망적이었고 우울했던 시기에 갑작스레 국가대표로 발탁되었다. A매치 경기에 뛰지는 못했지만, 영광스러운 자리고 좋은 경험이었다. 당시 계약이 만료되는 시기였고, 중국으로 이적을 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1년을 보내고 2015년 노상래 감독님이 새로 부임한 전남으로 이적하였다. 전남에 와서도 처음에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감독님은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그 당시 내가 경기를 100%로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닌 걸 알았기 때문에 출전을 많이 하지 못한 데 큰 불만은 없었다.

 

전남에서 가장 좋은 기억은?

2016년 1부에서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던 일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18년 FC서울을 상대로 2:1로 역전승을 기록한 경기인 것 같다. 2018년 전지훈련에서 부상도 당하고 경기를 뛰지 못했었는데, 팀이 어려워졌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개인적으로 K리그 통산 200경기 출장한 경기였고, 아내가 아들 임신 중에 경기장을 찾았는데 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지남에게 전남이란?

전남은 내게 고마운 팀이자 지역이다. 광양에서 살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도 하게 되고, 아들도 낳게 되었다. 가족들이 내 선수 생활을 옆에서 함께 해줬는데, 힘들 때 같이 힘들어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줘서 고맙다. 특히 아내가 엄마로서 육아를 하며 카페 운영도 하여 안팎으로 고생도 많이 해서 미안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수생활을 더 하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도 갖고 있다. 아들이 30개월 정도 됐는데 이제야 아빠가 축구선수라는 걸 아는 것 같다. 아들이 축구 경기장면이 나오면 “아빠~ 빵”이라고 말을 하는데, 아빠가 축구선수라는 걸 아들이 조금 더 커서 못본 걸 아내도 아쉬워한다. 그래도 은퇴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얘기했을 때 지도자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응원해줘서 고맙다.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내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연차가 쌓이고 후배들이 생기면서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선수들을 더 신경 쓰고 챙겼던 것 같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그 선수들의 기분을 제일 잘 알고 있어 많은 조언을 주려고 했다. 경기에 출전 못하고 뒤에서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이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 기회는 찾아오기 때문에 그 때를 대비해서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선수 생활 중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상이다. 19년 내 수술이 필요한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잔부상이 정말 많았다. 잔부상으로 인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출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앞으로의 계획?

서른 전에 은퇴 후 삶을 생각했을 때는 축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선수 생활을 계속하면서 지도자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잘 준비해서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은퇴 소감 및 팬들에게 전하는 말

저는 지금까지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를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이지남’이란 선수를 잘 알고 기억하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인데 잘 이겨내서 2021년은 좋은 일들만 가득하셨으면 좋겠다. 올해는 꼭 전남 드래곤즈가 전경준 감독님을 필두로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꼭 우승해서 내년에는 K리그1에서 볼 수 있도록 간절히 바라고 응원하겠다.

 

'전남드래곤즈는 "이지남의 은퇴식은 되도록 많은 팬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2021시즌 전남드래곤즈 홈 개막전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리그가 시작되면 유관중 경기로 전환되는 첫 홈 경기에서 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남은 K리그 통산 233경기에 출전해서 13골 1도움을 기록했으며, 전남 소속으로만 103경에 출전했다. 

 

이지남 프로필

생년월일: 1984년 11월 21일

신장/체중: 186cm / 72kg

 

선수경력

- 2015 ~ 2020: 전남 드래곤즈

- 2014: 허난 전예

- 2011 ~ 2013: 대구FC

- 2008 ~ 2010: 경남FC 

- 2002 ~ 2007: FC서울 (안양 LG 치타스 포함)

- 2006 ~ 2007: 경찰청 (군 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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