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의선·사진)이 진정한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4년이 넘는 개발 기간을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담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다.

그 동안 현대차그룹은 코나 등 내연기관차를 개조한 전기차를 시장에 출시했지만 이제는 E-GMP를 기반으로 전동화와 자율 주행, 인포테인먼트 등 완벽한 미래 모빌리티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차세대 전기차를 위한 새 척추(backbone)를 마련했다”는 파예즈 압둘 라만 현대차그룹 차량 아키텍처개발센터장(전무)의 소개처럼 현대차그룹이 미래 차 시대로 전력 질주할 채비를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2일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열고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의 특징과 고속화 모터, 배터리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온라인 설명회로 열린 이 행사는 현대차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과 콘텐츠 플랫폼 ‘채널 현대’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내년부터 아이오닉 등에 적용할 새로운 플랫폼(뼈대)이다. E-GMP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활용한 기존 차량과 달리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 실내 공간, 디자인, 인포테인먼트, 자율 주행 등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진화를 이룰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폭스바겐그룹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시작한 회사로 꼽힌다.

우선 E-GMP는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 충전기 이용 시 18분 이내에 80%의 충전이 가능하다. 100㎞를 주행하기 위해 5분 충전이면 충분한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500㎞ 이상으로 늘어난다. 고영은 현대차그룹 아키텍처 담당 상무는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한 많은 고민이 E-GMP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동차가 거대한 ‘보조 배터리’처럼 기능하는 양방향 충전도 가능해진다. 기존 전기차는 외부에서 차량 내부로의 충전만 가능했지만 E-GMP를 통해 전력을 차량 외부로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갖추게 된다. 전기차가 생활의 전력 기반이 되는 시대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배터리셀 내재화에 관한 질문을 받고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한국의 3대 배터리 기업과 긴밀한 협업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 생산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차세대 배터리 자체 개발 역량은 계속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E-GMP의 판매·공유 계획에 대해서는 “협력에 대한 문의를 받았지만 그럴 시점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플랫폼의 잠재력에 대해 더욱 알려지면 협력 요청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저작권자 © 미디어룩(MediaLoo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