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노사가 오랜 진통 끝에 마련한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들의 찬반투표에서 끝내 부결됐다. 노조가 다시 부분파업에 나설 경우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생산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 임단협을 매듭짓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규 투자 비용 집행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일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지난 30일과 이날 조합원 7775명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찬성률이 45.1%에 그쳤다고 밝혔다. 7364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찬성은 3322표, 반대는 3965표가 나왔다. 특히 인천 부평공장에서는 찬성률이 38.4%로 창원공장 등 타 지역보다 크게 낮았다.

노조 측은 2일 교섭대표회의와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부결에 따라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파기하고 추가로 부분파업을 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GM 측은 잠정합의안 부결 소식에 난감함을 내비쳤다. 한국GM 관계자는 “임단협 교섭 타결을 통해 생산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지만, 잠정합의안 부결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예정된 추가 교섭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0월 23일부터 특근 및 야근 거부를 이어왔고, 총 15일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생산 손실이 발생하자 사측은 부평 공장 투자 관련한 비용 집행을 보류키로 했다. 노사는 지난 25일 사측이 각 조합원들에게 일시금·성과급·코로나 특별격려금 등 400만원 지급 등 내용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번 부결로 물거품이 됐다.

노사가 지난 7월부터 24차례 교섭 끝에 어렵게 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연내 추가 교섭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잠정합의안이 최종 가결되면 내년 초 투입하기로 했던 신규 투자 비용의 집행은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한국GM의 본사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다시 한 번 ‘한국 철수설’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노조의 부분파업 여파로 한국GM의 11월 판매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45.6% 감소한 2만1384대에 그쳤다. 내수(6556대)와 수출(1만4828대)이 각각 10.5%, 53.7% 줄었는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에서 비롯된 결과다. 한국GM은 노조의 이번 부분파업 과정에서 총 2만5000대 이상의 누적 생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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