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 3분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감소와 세타2 엔진 관련 2조원대에 이르는 품질비용 반영으로 3100억여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차의 영업손실은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이다. 기아자동차는 품질비용을 1조2600억원 가까이 반영했지만 영업흑자는 유지했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에 매출 27조5758억원, 영업이익 3138억원 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6923억원 줄어들면서 적자가 났다. 매출이 늘었음에도 적자가 난 것은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동시 리콜을 실시 중인 세타2 엔진 관련 충당금 적립 등 품질비용으로 2조1352억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8년과 2019년 3분기에도 세타2 엔진 관련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했지만 교환 대상 엔진이 크게 늘고 평생 보증에 필요한 충당금이 늘어나면서 품질비용을 추가로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품질비용을 충당하지 않았다면 현대차는 3분기에 ‘장사’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99만7842대를 판매했다.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9.6% 감소했지만 고급차인 제네시스 GV80, G80 등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단가가 높은 차량 판매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품질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영업이익도 1조8210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비용을 최대한 많이 반영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은 기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면서 “4분기에도 신형 투싼, GV70 등 주요 신차를 적극적으로 판매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도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3분기에 매출 16조3218억원, 영업이익 195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3.0% 감소했다. 기아차도 품질비용 1조2592억원을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었다. 품질비용이 없었다면 이번 분기에 1조2000억원대 영업이익이 가능했다는 게 기아차 측 설명이다.

기아차는 지난 3분기에 국내 13만6724대, 해외 56만2678대 등 모두 69만9402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가 여전함에도 판매량이 전년 대비 0.4% 감소에 그친 것이다. 특히 유럽(4.2%)과 인도(175.7%), 중국(15.1%) 등에서는 판매가 급감한 해외 업체와 달리 판매량을 오히려 늘리며 선전했다.

가격과 마진율이 높은 SUV의 판매 증가도 매출을 늘리고 대규모 충당금 반영에도 적자를 면케 하는 데 도움이 됐다. 국내와 인도 시장에서 신형 쏘렌토와 카니발, 셀토스 판매량이 증가하고, 북미에서도 텔룰라이드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기아차의 SUV 판매 비중은 전년에 비해 9.1%포인트 증가, 역대 최고 수준인 57.8%까지 올랐다.

기아차 관계자는 “얼마 전부터 주요 신차의 출시가 집중되는 ‘골든 사이클’로 진입한 데다 신차 판매에 따른 딜러 인센티브 하향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4분기에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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