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제공=LG화학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제공=LG화학

LG화학이 배터리 부문 분사 이후 이례적으로 잠정 공시를 발표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높은 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하며 가치를 증명해내긴 했지만, 투자자들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LG화학은 3분기 매출액 7조5073억원에 영업이익 9021억원을 거뒀다고 12일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8.8%, 158.7% 급성장한 수치다. 분기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LG화학은 이번에 처음으로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최근 배터리 부문을 분사하면서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불만을 표출한 상황, 안정된 사업 구조를 드러내며 이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이번 호실적은 석유화학 사업이 정상 궤도로 진입한 결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7300억원수준으로, 배터리 부문 1500억원보다 5배 가량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 1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7360억원에 근접한 것.

석유 화학 부문 역시 미래 가치가 높은 사업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와 가전 등 내장재에 쓰이는 고부가가치합성수지(ABS) 화학 제품과 함께, 미국과 유럽 등에서 공급 차질이 일어나고 있는 폴리염화비닐(PVC)도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오히려 배터리 부문 실적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수익 개선을 이뤄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에서는 화재 등 악재를 겪으며 적자가 유력하기 때문.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는 추세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서다. 배터리 부문이 분사되긴 했지만, LG화학 자회사로 남아있으면 실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배터리 부문에서 악재가 불거졌다. 현대자동차 코나EV 화재 원인이 LG화학 배터리 문제로 모아지는 탓이다. 이미 ESS 부문 대규모 화재로 진통을 겪었던 만큼, 한동안 배터리 셀 화재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LG화학 주가는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잠시 급등세를 보였다가 급격히 가라앉으며 전날보다 2.89% 떨어진 67만2000원에 거래됐다. 여전히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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