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가 이달 중순 파업에 돌입하기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지난 4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신청을 낸 것이다.

한편, 중노위는 한국GM 노조 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쟁의조정 연기를 권고했다. 한국GM 사측에서 실무 교섭을 책임지는 직원이 가족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GM과 중노위에 따르면 지난 4일 한국GM노조는 중노위에 쟁의조정신청을 냈다. 쟁의조정신청은 노사 단체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할 경우,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앞서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하는 의무 절차다.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일종의 파업 예비 절차를 밟는 것으로 여겨진다. 쟁의조정신청을 한 뒤 10일 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한국GM 노사는 2020년 임금단체협상에 돌입한 7월 22일부터 10차례 교섭을 진행 했는데,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한국GM 노조는 1~2일 조합원 7800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투표 참여자 7000명 중 89.5%(6200명)의 찬성을 얻어 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그런데 4일 한국GM에서 사실상 교섭을 담당하는 노무 담당 핵심 직원이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됐다. 한국GM 관계자는 "직원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7일 한국GM 노조와 회사 양쪽에 쟁의조정을 연기할 것을 권유하는 서면을 보냈다. 중노위 관계자는 "노사 양쪽에서 연기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쟁의조정 절차가 그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노사 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14일 한국GM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한국GM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이 안정화하지 않은 만큼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투표에서 나온 높은 찬성률을 두고 "조합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며 강경 노선을 재확인했다. 앞서 2년간 임금 동결, 복지 혜택 축소, 불확실한 미래 생산물량 배정 계획 등으로 쌓였던 조합원들의 불만이 이번 투표로 나타났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한국GM 노조는 7일 소식지를 통해 "사측이 10차 교섭 때까지 거듭된 시간 끌기와 조합원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 쟁의 조정을 신청하게 됐다"며 "계속된 일방통행을 멈추지 않는다면 노조는 투쟁 모드로 전환해 조합원의 요구를 관철해낼 것"이라고 했다.

올해 초 새로 출범한 한국GM 노조 집행부는 미래 생존기반 마련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출범 초기 사측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미래 생산물량 배정 계획과 인력충원 등 현안을 놓고 임단협 시작 전부터 사측과 대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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