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권 주택 공급을 위해 꺼내든 강남 그린벨트 부지 개발 계획을 접는다. 막대한 환경훼손을 감수해야하는데다 집값 안정화와는 거리가 먼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이 직접 사태수습에 나섰다.

20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보존하기로 했다. 당초 서울 그린벨트는 19개 구 총 150㎢ 규모로 서초구(23.89㎢)가 가장 넓고 강서구(18.92㎢), 노원구(15.90㎢),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0㎢), 강동구(9.26㎢) 차례다. 노원·강북·도봉구는 산세가 험하고 수요가 적은 만큼 주로 강남권 지역이 그린벨트 해제 대상으로 거론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는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그간 검토해 왔던 대안 외에 주택 용지 확보를 위해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부동산 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부담 강화뿐만 아니라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2번째 부동산 정책은 ‘징벌적 과세’ 성격이 짙다. 다주택자들에게 막대한 세금 부담을 안겨 불필요한 주택 매도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710 대책에는 주택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다. 무주택자들에겐 무의미한 정책인 셈이다.

그러자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에 무게를 싣고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당정 간에 의견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청와대도 의견 일치를 봤다는 의미다.

결국 그린벨트 개발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보존 취지의 발언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서울 노원구 태릉 군 골프장 등 국·공립 시설 부지 활용 방안도 한계가 따른다. 부지가 한정적이고, 대부분 서울 주요 도심과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정부는 여전히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대안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의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이 빠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기준 서울 아파트는 167만여 가구로 이 가운데 26만여 가구가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는 129개, 10만1562가구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재건축할 경우 현재 용적률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하더라도 통상 가구 수가 최소 20% 이상 늘어난다고 추산한다.

용적률을 높이고, 층고 제한을 완화하면 훨씬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실제로 1980년 준공돼 재건축이 진행 중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기존 5930가구였지만, 재건축을 통해 6102가구가 늘어나 1만2032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최근 6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통과해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는 현재 2만6629가구지만, 재건축이 완료되면 5만3000가구로 2만6371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부동산 보유세 인상과 공공주택 100만 호 공급,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약속했다. 임기 만료 2년을 앞두고 공공주택 100만 호 공급은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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