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 3년 동안 미미했던 주택 공급을 대규모로 늘리기 위해 서울 및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사활을 걸었다. 그린벨트 부지를 활용해 최대 4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 32만호를 포함하면 77만호까지 늘어난다.

그린벨트 해제는 당정청과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 재개발과 재건축보다 이해관계가 덜 복잡하다. 비교적 절차가 쉽고 사업성과를 빠르게 낼 수 있는 게 최고 장점이다. 정부로선 단기간 내 주택 공급 부담을 덜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자연 훼손을 감수한 ‘무리수’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그린벨트 해제를 적극 추진중인 집권 여당이 환경 문제를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반대 목소리를 냈던 터라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15일 실수요자 등을 대상으로 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포함한 장기적 대책을 범정부TF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는 19개 구 총 150㎢ 규모다. 서초구(23.89㎢)가 가장 넓고 강서구(18.92㎢), 노원구(15.90㎢),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0㎢), 강동구(9.26㎢) 차례다. 노원·강북·도봉구는 산세가 험하고 수요가 적은 만큼 주로 강남권 지역이 그린벨트 해제 대상으로 거론된다.

국회 국토교통위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국회 부동산 비공개 당정 협의에서 “주택 공급은 지금 결정되더라도 내일 바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범정부적 TF를 만들어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공급되게 하자는 방침을 정했다”고 언급했다.

정부도 해제에 긍정적이다.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지난 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은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서울시가 반대해도 당정이 공감대를 이룬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까지 구축한 토지피목을 지도로 분석한 결과 서울 녹지비율(행정구역 면적대비 전체 녹지면적)은 30.2%다.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낮다. 인천시도 36.41%에 불과했다.

이에 서울시는 줄곧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입장문을 통해 그린벨트는 개발의 물결 한가운데에서도 지켜온 서울의 ‘마지막 보루’로서, 한번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개발제한구역이 제외된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범주 내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0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투기꾼과 건설업자의 배만 불리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검토 중인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관련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공급정책은 수도권으로의 과밀·집중을 부추기는 근시안적 정책”이라며 “환경부는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그린벨트의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만약 지자체와 협의가 어려울 경우 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 직권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 특별조치법 시행령’ 상 국토부 장관은 그린벨트를 해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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