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천안 세메스 사업장을 방문했다. 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천안 세메스 사업장을 방문했다. 제공=삼성전자

민관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에 팔을 걷어붙혔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일본 수출규제 1년,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변화’ 설문조사를 진행해 6월 30일 발표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일본과 수입 거래가 있는 기업 149개를 조사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경쟁력이 92.7에서 98.7로 상승했다. 다른 분야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경련은 일본 수출규제 이후 업계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실제 수출규제 영향은 없었다고 답했다. 45.6%다 ‘실절적 어려움이 없었다’고 대답했고, ‘어려움이 있었다’는 23.5%에 불과했다.

일본 수출규제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반도체 업계에서도 국산 소부장 비중을 크게 높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에도 국산 비중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공급망을 다양화한 데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술 문제다. 국내 업체가 불화수소와 폴리이미드 등 고급 제품들을 양산하기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가격과 신뢰도 면에서는 일본 등 해외 업체들 제품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장비 부문에서는 여전히 국산화 비중을 늘릴 수 없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장비 업체들 기술 수준이 해외 업계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탓이다.

고난도 반도체 장비는 미국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3등분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소부장 업계가 성장하려면 이들과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과 특허를 보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세메스는 삼성전자 지분이 높아서 자칫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도 세메스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밖에도 여러 장비 업체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팹의 자동화 공정이나 웨이퍼 운반 등 부차적인 장비를 주력으로 해, 고난도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한국이 재주를 부리고 미국과 일본 소부장 업계가 돈을 버는 형국"이라며 "세메스가 성장하지 않으면 미국과 일본 업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중장기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삼성전자가 장비 업계에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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