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후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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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바 9, 10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이번 평가는 한전이 지난 2월 이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적자' 평가를 받고도 이사회 의결을 추진하려다 비판 여론이 일자 이를 철회하고 KDI로부터 예비타당성에 대한 '재심의'를 받은 결과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 공개한 '자바 9, 10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해당 사업이 한전에 수십억대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 KDI는 이 사업 운영기간 25년 동안 유입되는 수익과 유출되는 비용을 모두 현재가치로 환산했을 때 사업 전체의 가치는 -4358만 달러(약530억 원)이고, 한전에게는 -708만 달러(약 85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10월에 진행된 1차 예비타당성조사 때의 손실규모 -883만 달러(약 106억 원)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한 것이다.

사업이 손실로 평가된 핵심적인 이유는 한전이 발전소 운영 수익 산정의 핵심 요소인 전력판매량 산정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전은 사업계획에서 자바 9, 10호기가 전력구매계약에서 보장하는 평균 계획송전비율 86%를 전량 달성해 발전 및 송전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KDI는 이러한 가정을 실현시키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렵다”고 평가하고, 78.8% 수준으로 송전이 이뤄진다는 가정으로 수익성을 분석했다.

나아가 KDI는 "실제로는 송전비율이 75%를 초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실상 손실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KDI의 '공공기관 해외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수행을 위한 표준지침'에 따르면 종합평점이 0.45에서 0.55 사이에 있으면 결정에 신중을 요하는 '회색 영역'에 해당한다.

재심의 예비타당성조사 점수인 0.549 역시 1차 예비타당성 점수 0.481과 마찬가지로 회색 영역에 속한다는 의미다.

이에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재심의에서도 회색 영역에 속하는 점수를 받았다면 이 사업의 타당성이 입증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특히 두 차례에 걸친 조사 모두 한전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결론 내린 상황에서 사업 추진을 강행하는 것은 '신중한 결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한전의 예비타당성조사 '재심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일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은 "예비타당성조사가 이미 실시된 사업은 원칙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신청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어 "해당 사업과 관련된 경제·사회적 여건 또는 사업계획이 현저히 변동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재신청을 허용하며, 단순한 사업비 조정 및 일부 사업계획 보완의 경우는 재신청이 가능한 여건변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에 윤세종 변호사는 "두 번째 예타에 제출된 사업계획에는 주요한 변경이라고 보기 어려운 탈질설비 추가와 보증수수료 분배 방식 변경이 반영됐을 뿐 '현저한 변동'이 없어 재신청이 이뤄진 경위에 대한 해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이미 해외석탄사업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한전이 8000억 원을 투자해 인수한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은 광산개발허가가 거부됐고, 지난해 이 사업에서만 5135억 원의 손실을 장부에 계상했다.

한전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2조 2635억원 이었음을 감안하면 해외석탄사업으로 인한 손실의 비중이 상당했다는 의미다.

윤 변호사는 "한전의 해외 사업 손실 비중이 상당히 크다"며 "해외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수익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이를 통해 국내 전기요금 인하에 기여한다는 한전의 설명이 무색해지는 이유"라고 했다.

한전의 해외석탄사업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한전의 주요 주주인 블랙록은 '올해 1분기 스튜어드십 투자 보고서'에서 "한전이 인도네시아 자바 9, 10호기 사업 및 베트남 붕앙-2 사업에 참여하는 전략적 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020. 3. UBS, APG 등 16개 글로벌 투자자가 참여하는 아시아투자자그룹(AIGCC) 역시 한전의 해외석탄사업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시한 바 있다.

KD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계약상 불가항력으로 인정되는지 등 불확실성이 있고, 탈석탄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노력은 이 사업의 안정적 투자비 회수에도 잠재적 위험요소로서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전이 인니 경제상황과 사업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검토한 후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에 한전은 KDI 예비타당성조사의 종합평점이 0.549로 기준치인 0.5를 넘겼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오는 26일 자바 9, 10호기 사업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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