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0 대책’을 내놓은 지 4개월 만에 초강력 부동산 규제에 나섰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자 정부가 21번째 규제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수도권 전역과 대전, 충북 청주를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전세 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3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면 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규제망을 빠져나가는 법인 부동산투자에 대해선 중과세를 더욱 세게 매긴다. 재건축 허가를 받아도 집에 2년 동안 살지 않으면 분양권도 박탈된다. 그야말로 초강력 규제인 셈이다.

사진=미디어룩DB
사진=미디어룩DB

■ 갭투자 못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전세 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3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면 대출이 즉시 회수하기로 했다.

기존 기준 '9억원 초과'에서 강화된 조치로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에 전세 대출이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들이면 전세 대출이 즉시 회수되며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매입해도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에 추가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대출 보증 한도도 축소한다. HUG의 1주택자 대상 전세대출보증 한도는 2억원으로 내린다. 현재 보증 한도는 수도권 4억원, 지방 3억2000만원이다.
무주택자가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한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상관없이 규제가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1주택자의 경우 규제지역 내 주택 구매를 위해 주택대출을 받으려면 6개월 내 기존 주택 처분하고 신규 주택에 전입해야 한다. 역시 기준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줄었다.
기존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1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사면 기존 주택을 1년 내 처분한다는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나갔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2년 내 전입 의무가 부과됐다.

무주택자의 경우 시가 9억원 주택 매입 시 1년 내 전입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정부는 전산개발 등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내달 1일부터 새로운 규제를 적용한다.

보금자리론 대상 실거주 요건 부과된다. 주택 구매를 위해 보금자리론을 받으려면 3개월 내 전입·1년 이상 실거주 유지를 해야 한다. 의무 위반 시 대출금은 회수된다.

주택금융공사 내규 개정 시행일(7월 1일) 이후 보금자리론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법인을 활용한 투기수요 근절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모든 지역에서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내 주택매매·임대 사업자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20∼50%가 적용됐다.

■ 수도권·대전·청주 '규제 지역 지정'

정부가 경기와 인천 등 접경지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 대전과 청주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전까지는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구, 광명시, 하남시,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었다.

또한 성남 수정구와 수원 전역, 안양, 안산 단원구,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구와 기흥구, 화성 동탄2신도시, 인천 연수구와 남동·서구, 대전 동·중·서·유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이번 추가 지정으로 투기과열지구는 31곳에서 48곳으로, 조정대상지역은 44곳에서 69곳으로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6·17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처럼 수도권 전역과 대전, 청주까지 전폭적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나선 것은 풍선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16 대책으로 서울 지역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된 뒤 경기, 인천 등의 집값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수원 전역 등을 추가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안산, 오산, 인천 등으로 풍선효과가 다시 번졌다.

청주는 최근 방사광가속기 유치 소식이 발표되며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서 6월 둘째 주 전주 대비 0.84% 상승하는 등 단기간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전은 최근 1년 간 누적 상승률이 11.5%에 이른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9억 원 이하에 대해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가 50%로 낮아지고, 9억 초과분은 30%까지 낮아진다. 또 다주택자에게 양도세가 중과되고 2주택 이상 보유하면 종합부동산세가 추가 과세된다. 분양권 전매제한도 강화된다.

1주택자에게 9억원까지 주어지던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엔 2년 보유 외에도 2년 거주 요건이 추가된다. 갈아타기 등 일시적 2주택의 경우 새집을 산 후 1년 안에 전입하면서 같은 기간 안에 기존 주택도 매각해야 한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땐 주택수에 따라 최고 62%의 중과세율이 작동한다. 종합부동산세 또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부터 세율이 0.5~2.7%에서 0.6~3.2%로 오른다. 세부담상한선은 150%에서 200%로 뛴다. 3억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땐 자금조달계획서를 써야 한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수원 등에선 시세 15억 이상 아파트의 대출이 금지된다. 9억 이하의 LTV는 40%, 초과분은 20%가 적용된다.

이 외에도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기존 주택을 일정 기간 내에 처분하도록 하거나 무주택일 경우 일정 기간 내에 전입하도록 하는 규제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투기과열지구 규제의 핵심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다.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사업이 끝나 이전고시가 완료되는 시점까지다.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물건을 사고팔 수 없다. 2018년 1월 25일 이후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접수한 구역에 대해서만 이 규제가 작동한다.

투기과열지구의 여러 정비사업에 투자한 이들에겐 5년 재당첨제한이 적용된다. 예컨대 지난해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서 조합원분양을 받았다면 5년 동안 다른 투기과열지구 재개발이나 재건축의 조합원분양이나 일반분양을 받을 수 없다. 규제지역에 대한 효력은 19일부터 발생한다.

■ 규제회피용 법인부동산 거래 차단

정부는 내년 6월부터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할 때 최고세율인 3∼4%가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법인이 소유한 주택 처분을 처분할 때 기본 법인세율에 더해 추가로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올린다.

개인이 세금과 대출 등 부동산 규제를 피하려고 법인을 설립해 투기적인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우선 내년 6월부터 법인 소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을 2주택 이하는 3%,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은 4%로 각각 인상해 단일세율로 적용한다.

개인에 대한 종부세율 중 최고세율을 법인 부동산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내년 6월부터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6억원 공제도 폐지된다.

현재는 개인과 법인 등 납세자별로 6억원 한도로 종부세를 공제해줬으며, 1세대 1주택인 경우 공제액이 9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가 법인을 활용해 종부세 공제액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였는데, 정부는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를 아예 없앴다.

또한 정부는 당장 18일부터 법인이 취득한 조정대상지역 내 신규 임대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법인이 보유한 8년 장기임대등록 주택(수도권 6억원, 비수도권 3억원 이하)은 종부세를 비과세했는데, 18일부터는 조정대상지역에 8년 장기임대등록을 하는 주택은 종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내년 1월부터는 법인이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때 내는 법인세도 대폭 인상된다.

현재는 법인이 부동산을 처분할 때 양도차익에 대해 기본 세율 10∼25%를 적용하고, 주택 처분 시에는 추가로 10%의 세율을 더해서 세금을 매긴다.

이를 합하면 법인의 주택 처분 시 적용되는 세율은 최대 35%로, 3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개인 명의 집을 팔 때 최고 62%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법인을 설립해 아파트 등을 사고팔 경우 양도세를 크게 아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법인의 주택 처분 시 추가로 적용하는 세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올려 개인의 '양도세 중과' 효과에 버금가는 세금을 내도록 했다.

또한 지금은 8년 장기임대등록 주택을 양도할 경우 추가로 10% 과세하는 것을 제외했는데 당장 18일부터는 10%의 추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 서울·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2년 거주 안 하면 분양권 박탈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해야만 분양권이 주어진다.

정부가 6.17 주택 안정화 방안에서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은 분양신청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2년의 기산 시점은 현재 소유한 주택 소유 개시 시점부터 조합원 분양신청 때까지다. 연속 2년이 아니더라도, 전체 거주 기간을 합해 2년을 채우면 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뒤 최초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부터 이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재건축 추진 예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낡고 불편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소유자가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정부는 봤다. 재건축 개발 후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매입한 사례도 많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소유자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상당수 단지의 재건축 추진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 까다로워진 재건축 심의

재건축 심의도 까다로워 진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도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재건축 추진을 위한 첫 관문인 1차 안전진단의 기관 선정 및 관리 주체를 현행 관할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하고, 2차 안전진단 의뢰 주체도 시·군·구에서 시·도로 바꾼다.

이는 지자체가 선정한 안전진단 기관이 민원 등에 쉽게 노출돼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 안전진단 기관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현재 안전진단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 징역 2년 이하의 처벌 규정이 있지만, 보고서 부실 작성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안전진단 보고서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자 보완책을 내놓은 것이다.

앞으로 안전진단 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하면 과태료(2천만원)를 부과하고, 허위·부실 작성 적발 시 해당 기관의 입찰을 1년간 제한한다.

안전진단 기관 선정 주체 변경과 부실 안전진단 기관 제재 강화 방안도 연말 법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시행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룩(MediaLoo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