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건복지부
사진=보건복지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이 방역 사각지대인 국내 이주민 쉼터로까지 번졌다.

 
한때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중심으로 하루 수백명씩 확진자가 나왔던 것처럼 자칫 이번 사례가 '수도권 대유행'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주민 지원단체가 운영하는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전날까지 최소 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 가운데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를 찾았던 60대 남성이 먼저 감염된 뒤 같은 쉼터 거주자들에게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확진자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될 것이란 관측이다.

숙소뿐 아니라 일터나 친목모임 등 서로 촘촘하게 연결된 커뮤니티에서 생활하는 이주민 사회의 특성상 한 명이라도 무증상 환자가 발생할 경우 '조용한 전파'가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쉼터 첫 확진자인 60대 남성도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울러 이주민 숙소나 그와 유사한 시설에서는 부분적이긴 하지만 미등록 외국인이라는 신분적 문제 또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진단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그만큼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주민 숙소와 성격은 다르지만 노숙자 밀집지역, 쪽방촌, 건설현장, 새벽시장 등 방역지침을 지키기 어려운 취약지역도 유사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방역당국이 취약지역에 대한 방역점검강화에 나섰지만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집단생활을 하는 이주민 사회의 경우 감염자가 한 명 나오면 가족 간 감염처럼 함께 생활하는 사람 모두가 위험에 노출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더욱더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전문가는 "집단생활을 하는 곳은 다 위험하지만 한 집에 3∼4명이 사는 것과 수십명, 수백명이 모여 사는 것은 위험 정도가 다르다"며 "이번에 집단감염이 발생한 쉼터는 국가 시설이 아니라서 방역조치에 빠져있을 수 있는 만큼 이런 곳이 없는지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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