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북새통을 이뤘던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제공=유니클로
한때 북새통을 이뤘던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제공=유니클로

일본 업체들이 잇따라 국내를 떠나고 있다. 일본 산업 경쟁력이 뒤떨어진 데다가, 불매 운동 영향으로 결국 버티지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닛산은 올해까지만 국내에서 영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일본 본사 차원에서 사업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는 이유다. 르노-닛산얼라이언스가 사업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닛산은 인도네시아 공장을 폐쇄하고 한국과 러시아에서도 철수를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닛산이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이후 심각한 판매 하락에 빠지면서 경영난에 처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누적 닛산 판매량은 13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3%나 줄었다. 닛산의 브랜드 인피니티는 759대로 전년 동기보다 79.1%나 급감했다.

그나마도 판매량 중 대부분은 할인율이 20~30%에 육박한다. 수입차 업계 마진이 30~50% 수준으로 알려져있음을 감안하면, 1년 가까이 이익을 내지 못했음을 짐작할만 하다.

아울러 토요타와 혼다코리아도 절반 안팎의 판매량 하락을 겪으면서 철수는 없더라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닛산뿐 아니다. 카메라 사업을 진행 중이었던 올림푸스가 다음달까지만 국내에 머물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후지필름도 포인트 적립 종료를 알리며 철수설이 돌기도 했다.

유통업계도 철수 논의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유니클로가 서울 종로3가와 왕십리 엔터식스를 비롯해 대구 동성로중앙점과 롯데영플라자 청주점 등 주요 매장에서 잇따라 폐점을 선언한 가운데, 자매 브랜드인 지유(GU)를 완전히 국내에서 철수시켰다.

데상트 영애슬릿도 철수를 결정했고, 그 밖에 일본 브랜드들도 심각한 실적 저하로 해결책을 고민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이 불매운동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긴 했지만, 일찌감치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산이라고 하면 기술적으로 높은 수준의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산업계 약진과 함께 현지 경쟁력 약화로 ‘싸구려’로 전락한 상태였다는 것.

실제로 유니클로와 지유는 국내에서 저렴한 의류 브랜드로 자리잡아왔다. ‘히트텍’ 등 일부 인기 제품이 있긴 했지만, 불매운동 이후 국내에서 더 우수한 제품이 주목을 받게 됐다.

카메라 시장은 여전히 일본이 주도하고 있지만, 삼성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밀려 시장 규모 자체가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일본 신화’는 이미 저문지 오래다. 자율주행과 전동화가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 닛산은 여전히 10여년 전에 쓰던 VQ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리프 1세대가 세계 최초 상용 전기차로 인기를 끌었긴 했지만, 2세대 리프는 주행 거리가 200km 수준으로 경쟁모델에 비해 크게 뒤쳐진 모습을 보이며 크게 실패했다.

토요타와 혼다도 마찬가지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하이브리드 모델로 선구자 역할을 했지만, 완전 전동화 모델 출시에는 실패하면서 전략 실패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그나마 개발에 주력했던 수소전기차 상용화도 현대차에 밀려 늦춰지는 상황이다.

일본 업체들이 소득 수준이 크게 낮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력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유니클로 등 업체가 한국 대신 베트남과 태국 등에 주력하겠다고 나선 상황, 기술력이 떨어지더라도 일본의 브랜드와 저렴한 상품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브랜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기술뿐 아니라 사업 능력에서도 경쟁에 뒤처지면서 '싸구려' 전략을 사용했었다"며 "일본에 대한 환상이 불매운동으로 깨지면서 사업을 더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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