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디어룩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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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기존 연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또 낮췄다. 지난 3월 16일 '빅컷'(1.25%→0.75%)을 단행하며 사상 처음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고 73일 만에 금리를 추가 인하한 것이다.

통상 금리가 인하하면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불가피한데,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대출 이자 부담 감소로 부동산 시장에선 투자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 가팔라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더라도 이자 부담이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에 시중에 유동자금이 늘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화폐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현금이나 예금자산보다는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출 부담이 낮아지는 만큼 부동산 투자 수요도 늘어나 수익형부동산으로 투자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기준금리가 0.5%까지 내려간 상황에 시중의 유동자금은 안전자산인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금리 인하가 안정세에 접어든 서울 아파트 가격을 급등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물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부동산에 투자할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실제 한은의 빅컷이 이뤄진 직후 정부 공인기관과 민간 시세조사업체의 통계 모두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서울의 아파트값은 현재까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이미 초저금리이어서 금리가 추가 인하돼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민감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은 거시경제를 반영하는 또 다른 거울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도 "금리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부동산 투자 수요가 발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15억원이 넘는 투기과열지구 초고가 주택은 대출이 아예 금지됐고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 일부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가격의 급반등은 이뤄지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는 비규제 지역 중소형·중저가 주택에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금리로 이자 부담이 경감하면서 일부 비규제 지역 부동산 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분양가 9억원 이하는 집단대출을 통해 낮은 이자를 조달할 수 있어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최근 많은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의 업무시설의 분양은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 금리가 떨어질수록 임대사업을 통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상가 등으로 관심이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2019년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인하될수록 전국 오피스의 공실률이 줄어들고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투자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레버리지를 많이 사용하는 수익형 부동산은 금리 변동에 예민한 구조"라며 "은퇴자들의 관심이 많은 꼬마빌딩은 역세권이나 대학가, 업무지구 주변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대열 경제만랩 팀장은 "최근 주택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로 인해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오 팀장은 "무턱대고 투자하기보단 입지, 배후수요 등 꼼꼼히 따져 본 후 투자를 고려하는게 좋다"고 했다.

또 수익형부동산과 관련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과 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상품별로 수요 유입이 제한적이고,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도 나왔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하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수익형부동산 투자가 관심을 받으며 공급이 확대되면 지역별로 가격이 하락하는 지역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상가는 코로나 사태로 장사가 안되고 공실률이 높아 부동자금이 유입되기 힘들다"며 "오피스텔 시장이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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