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요청한 자금지원이 불발되자 정부와 금융권에 구조 요청을 하기로 했다.

정부 측도 쌍용차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한국지엠(GM)에 810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퍼준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KDB산업은행이 2대주주였던 한국지엠과는 상황이 전혀 달라 지원이 현실화돼도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4월 총선이 진행되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쌍용차의 경영 악화로 일자리 감소 문제가 불거지는 건 부담스럽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병태 사장, 정부 지원 요청

6일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는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보내고 노동조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권 지원 요청에 나서겠다고 했다.

앞서 쌍용차는 회사 회생을 위해 대주주인 마힌드라에 앞으로 3년간 5000억원(약 4억600만 달러)의 자금 투입을 해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애초 마힌드라는 2300억원을 내고, 쌍용차가 1000억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1700억원의 정부 및 한국 금융권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최근 신규자금 투입이 불가능하다며 약속을 철회했다.

예 사장은 "마힌드라그룹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자금 경색에 내몰렸다"며 "저 역시 정부와 대주주의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계획이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가슴 아프다"고 했다. 이어 "직원 여러분의 복지중단과 임금 삭감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혼란스럽겠지만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주기 바라며 회사의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에 힘을 모아주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재 쌍용차는 유동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12분기 연속 적자에 빠진 가운데 산업은행 대출 1900억원을 포함해 차입금이 4000억원을 넘는다. 당장 올해 7월 산업은행 차입금 700억원이 만기를 맞는다. 올 들어 3월까지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빠진 상황이다.

"뒷받침할 부분 협의"…한국GM 전철 밟나

정부 측은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문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언론 등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쌍용차 모기업인)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를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하냐'는 질문에 "마힌드라 그룹이 4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과 신규 투자자 모색 지원 계획을 밝혔고, 쌍용차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 쇄신 노력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쌍용차도 경영정상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이 상황에 따라서는 쌍용차에 추가적인 금융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18년 부도 문턱까지 갔던 한국GM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해준 전례가 있다. 하지만 '쌍용차와 한국GM은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우선 산업은행이 한국GM의 2대 주주였던 것과 달리 쌍용차의 지분은 보유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다르다. 2대주주로서 지원했던 한국GM에도 '혈세를 퍼줬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쌍용차의 경우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쌍용차의 경영 악화로 일자리 감소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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