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자동차 공장을 멈춰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부터 유럽까지, 자동차 업계의 ‘올스톱’ 전선도 갈수록 확대일로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해외 생산과 수출에도 이미 ‘경고등’이 들어왔다.

19일 관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직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 양성반응으로 나오면서 18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에 현지 생산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앨라배마 보건국(ADPH)에 알리고, 해당 직원을 이송했다. 또 ADPH 규정에 따라 공장 전체 시설에 대한 방역과 더불어 추가적인 위생 조치도 준비했다. 향후 공장 가동 재개 시점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ADPH와 협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앨라배마 공장은 연간 37만대의 북미형 엘란트라와 쏘나타, 싼타페 등을 생산해 온 현대차의 북미 핵심 기지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 중단은 미국 조지아에 위치한 기아차 생산시설까지 일시 정지시켰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달 받아왔던 엔진 등의 부품 수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는 없지만, 부품 수급 문제로 공장을 닫는다”며 “조업 재개 시점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연쇄적인 파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도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자동차 ‘빅3’ 업체들은 전미자동차노조(UAW) 측과 협의해 이달 30일까지 미국, 캐나다, 멕시코내 모든 자동차 조립공장 운영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포드는 미시간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이미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FCA 또한 공장 노동 중 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 내 일본차 공장도 문을 닫기는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23~24일 북미 14개 조립공장을 가동을 모두 중단하고 방역을 실시한다. 닛산의 경우 20일부터 2주간 미국내 공장 3곳을 닫는다. 북미 자동차 공장 중 최대 규모인 닛산 스마나공장은 연산 640만대에 달해, 이번 셧다운으로 25만대 가량 생산 차질을 입게 될 전망이다. 혼다는 23~30일 미국, 캐나다, 멕시코 생산 공장을 멈춰 세운다.

코로나19가 먼저 확산된 유럽에서의 자동차 업계 셧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앞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발견돼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을 멈춘 폭스바겐은 독일, 스페인 등 유럽 내 대부분 생산 공장을 23일부터 2~3주간 닫는다. 다임러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도 유럽 내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BMW그룹은 이번 주말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유럽, 남아공 공장 가동을 멈춘다.

FCA는 유럽 내 신종 코로나 확산이 가장 빠른 이탈리아 공장 4곳을 닫았고, 나머지 지역 공장도 2주간 멈춘다. 프랑스 자동차 기업인 르노는 12개 생산 공장을 모두 무기한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푸조·시트로엥(PSA)는 유럽 내 15개 공장 전체의 생산을 멈췄다. 현대·기아차에선 현대차 체코공장,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23일부터 4월 3일까지 2주간 가동 중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 자동차 공장의 예상치 못한 가동 중단으로 올해 시장 전망에 애를 먹고 있다. 이는 셧다운이 단순히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을 넘어,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관리까지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되면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 자동차 시장은 경색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부정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수출 비중은 72.5%에 달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현장이 정상화되는 것과 소비 심리가 회복하는 데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종식 선언 후에도 한 두 달 가량의 경기 침체가 있을 수 있다”며 “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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