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등기임원(사내이사)에서 8년 만에 물러난 것은 그룹의 핵심 사업인 자동차 부문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작년 ‘V자’ 반등으로 실적개선을 이뤄낸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시대에 대한 구상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개선, 모빌리티 사업 강화를 통해 단순한 자동차 제조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업체’로 체질개선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26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제철 사내이사직에서 중도 사임하기로 했다.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만 유지하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내 총괄책임 경영자로서 책임경영의 일환과 미래차 소재에 대한 성장동력 확보 등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현대제철 등기임원을 지냈다. 그는 현대제철에서 품질과 경영기획 총괄 업무를 담당했으며, 임기가 3년인 현대제철 사내이사를 2012년 3월부터 맡아 2번 연임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남은 임기는 2021년 3월 15일까지였지만, 중도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현대제철은 서명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운영하고, 정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사업에 더욱 힘을 쏟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내 총괄 책임자로서의 역할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로 되면서 그의 그룹 내 역할과 책임은 막중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현대차 대표이사,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지난해 기아차 사내이사에 올라 실질적인 경영을 담당하는 임원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더욱 키웠다.

정 수석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4개 그룹 계열사의 이사회 날짜가 겹쳐 불참하는 때도 있었다. 이에 그룹 경영에서 제철에서 손을 떼고 자동차 부문에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이사회 출석률은 100%에 달하지만, 현대제철 이사회 출석률은 25%에 그쳤다. 현대모비스는 71%, 기아차는 67%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현대모비스 정기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 됐다. 경영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대인 만큼 일관되고 책임감 있는 정책과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지난 19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999년부터 맡아온 현대차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21년 만에 물러나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자동차 사업에 집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을 총괄하는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내달 19일 개최할 현대차 주총에 관심이 쏠린다. ‘정의선표 사업’을 공식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의결해 사업목적에 모빌리티 등 기타 이동수단과 전동화 차량 등의 충전 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정 회장 시절에 현대차가 내연기관 차로 성장해 왔다면 정 수석부회장은 모빌리티 서비스와 전동화 차량을 미래 먹거리로 설정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말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AI △로보틱스 △PAV(개인용 비행체) △신 에너지 분야 등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2025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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