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언제 끝날지 미지수, 삼성전자 일정 줄줄이 연기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으로 인해 연말 일정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은 대개 12월 첫 주에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해 왔지만 이번 파기환송심으로 인해 계획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 내부에서 조차 파기환송심 재판 기일이 잡히면서 그 시기와 규모 등을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인사가 뒤로 밀리면 핵심 전략회의인 글로벌 전략회의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내달 6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양형심리 공판을 진행한다.

지난달 25일 파기환송심 첫 재판 당시 재판부는 이달 2차 공판(22일)에서 유·무죄 판단 관련 심리를 하고, 내달 6일 공판 때 양형 판단에 관해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번 파기 환송심은 ▲승마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지원 ▲영재센터 지원 등 3가지 부문에서 부정한 청탁이 존재했는지 여부를 가라는 게 쟁점이다. 지원에 대한 대가성이 있으면 이 부회장은 유죄, 없으면 무죄다.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에게 제공한 3마리 말 중 딸 정유라가 탄 말 이름인 '살시도' 자체를 뇌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살시도'를 제외한 마필에 대한 용역대금만 인정했다. 반면 검찰은 대법원이 용역대금 전액을 인정하면서 살시도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부분에서도 비슷한 논리를 펼쳤다. 대법원에서 인정된 포괄현안 외에도 개별현안까지 인정해 유무죄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카드까지 꺼내들며 이 부회장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불법행위 조사에 초점을 맞췄고 재판 중인 미래전략실 핵심 관련자들을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증권 임원 소환조사를 벌였다.

특검은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이복현 반부패수사4부장 등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담당 검사들이 출석한다"며 "합병이 승계 작업의 핵심이었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한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계분식했다는 것이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늦어도 이번 주 내에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삼성은 특검 측 주장에 대한 반론, 즉 최순실에 제공한 뇌물은 대가성이 없는 '수동적 뇌물'이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삼성 변호인단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와 미국 코닝사의 웬델 윅스 회장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실제 손경식 회장은 지난해 1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당시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손 회장도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출석과 관련해 "국민 된 도리로 출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유무죄를 떠나 재판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형 심리가 예정된 3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증인 채택을 수락하면 증인신문을 위한 별도의 기일이 따로 집힌다. 내년까지 이어갈 공산이 크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재계는 재판이 지연되면 기존 예정됐던 삼성전자 일정들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경영행보에 차질을 빚을 크다고 우려한다.

실제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상·하반기에 열린다. 전략회의는 회사의 핵심 전략 회의로 IT모바일(IM)·소비자가전(CE)·디바이스솔루션(DS) 등 사업부문별로 국내외 경영진과 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인사와 조직개편 이후 12월에 열리는 하반기 회의는 내년도 사업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상반기에 비해 중요성이 더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세 번째 재판 준비로 다른 사안에 신경을 전혀 못 쓰고 있는 분위기"라며 재판이 길어지면 그만큼 언제 끝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커지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매듭이 언제 지어질지 가늠할 수 없게 돼 삼성전자 경영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룩(MediaLoo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