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남강(南剛) 김태곤(金泰坤: 1936~1996, 전 경희대 교수)이 평생 수집한 무속 관련 유물을 소개하는 '민속학자 김태곤이 본 한국무속' 특별전을 2015년 4월 22일(수)부터 6월 22일(월)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태곤이 1960년대부터 굿 현장을 꾸준하게 기록하면서 멸실 위기에서 수집한 '관운장군도(關雲將軍圖)' 등 무신도, 북두칠성 명두 같은 무구와 무복, '삼국지연의도(三國志演義圖)'와 동해안굿 사진(1960~70년대 촬영), 남이장군사당제(1972년 촬영) 동영상 등 30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 김태곤 수집자료가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되기까지
김태곤 교수는 원광대학교, 경희대학교에 재직하며 평생 민속 현장을 조사 연구를 하면서 '한국의 무신도(巫神圖)' 등 저서 34권과 '황천무가연구(黃泉巫歌硏究)' 등 논문과 글 200여 편을 남긴 민속학자이다.

대학시절부터 전국의 굿 현장을 찾았고, 무당들이 무업(巫業)을 그만두면서 소각하거나 땅에 묻는 무신도와 무구를 수집했다. 무속 연구에 힘을 쏟으면서 '모든 존재는 미분성(未分性)을 바탕으로 순환하면서 영구히 지속한다'는 '원본사고(原本思考)' 이론을 이끌어냈다. 몽골, 시베리아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면서 비교연구를 시도하던 중 1996년, 61세의 이른 나이에 작고함으로써 그의 연구는 멈췄다.

그의 사후에 부인 손장연 여사는 자료 보존을 위해 자택에 항온항습기를 설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가 2012년 7월, 국립민속박물관에 조사현장 사진, 동영상 등 아카이브자료 1,883건 30,198점과 무신도 등 유물 1,368건, 1,544점을 기증했다.

○ 굿 현장기록을 통해 보는 한국 무속
이번 전시는 기증유물을 중심으로 35년에 걸친 민속학자 김태곤의 학문적 발자취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전시를 통해 한국 무속 연구에 매진한 민속학자가 무엇을 탐구하고 어떻게 조사하였는지, 그리고 수집 자료의 의미를 고찰할 수 있도록 4부로 구성했다.

제1부 '김태곤은 누구인가?'에서는 김태곤의 약력과 '서산민속지', '황천무가연구(黃泉巫歌硏究)' 등 주요 연구 성과물을 통해 그의 생애와 학문적 자취를 살펴본다.

제2부 '신령과의 소통을 기록하다'에서는 무속 현장으로 들어가 신과 인간의 소통을 기록한 김태곤의 조사 노트와 사진, 영상 기록을 살펴본다. 1972년 남이장군사당제(南怡將軍祠堂祭) 영상, 굿상 조사노트 등의 자료 전시, 김태곤의 서재, 서울 용산에 있던 무녀 밤쥐 최인순(崔仁順, 1912~1983) 신당이 재현된다. 특히 남이장군 사당제는 1972년을 끝으로 중단되었는데, 당시 김태곤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자료는 1983년 남이장군사당제를 복원하면서 고증 자료로 쓰였고, 1999년 이 제의가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는 데 기초자료가 되었다.

제3부 '신령의 세계를 기록하다'에서는 자연의 절대성을 신으로 형상화한 무신도(巫神圖)와 무구(巫具), 무복(巫服)을 살펴본다. 특히 '관운장군도', '정전부인도', '황금역사금이신장도'의 뒷면에는 '황춘성 그림'이라는 화가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좀처럼 무신도 제작자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제4부 '북방의 신령을 찾아 떠나다'에서는 한국 무속에 그치지 않고 몽골과 시베리아 등 북방민속과의 비교 연구를 시도한 김태곤의 발자취를 보여주고자 '시베리아 무복'(경희대학교 중앙박물관 소장)과 미발표 육필원고인 한국민속과 북방대륙민속의 친연성(親緣性) 등을 전시한다.

○ '고요한 아침의 나라'(1923)에 수록된 동관왕묘(東關王廟) '삼국지연의도' 공개
이번 전시회에는 '삼국지연의도' 4점을 선보인다. '삼국지연의도'는 소설 삼국지(三國志)의 중요 장면을 그린 그림으로 중국 촉한의 관우장군을 장군신, 재복신(財福神)으로 믿는 동관왕묘에 걸었던 그림이다.

노르베르트 베버(Norbert Weber)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Im Lande der Morgenstille)'(1923)와 안드레 에카르트(Andre Eckardt)의 '조선미술사(Geschichte der koreanishenKunst)'(1929)에 실린 동관왕묘 '삼국지연의도' 2점은 그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으나 김태곤이 수집한 삼국지연의도 4점을 복원 처리하는 과정에서 '거한수조운구황충(據漢水趙雲救黃忠; 조운이 한수에서 황충을 구하다)'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 도판과 동일하고, '장장군대료장판교(張將軍大鬧長板橋;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 군사를 꾸짖다)'는 '조선미술사' 도판과 같음을 밝혀냈다.
또 그림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제천지도원결의(祭天地桃園結義; 유비, 관우, 장비가 천지에 제사지내고 도원결의를 하다)'와 '장장군의석엄안(張將軍義釋嚴顔; 장비가 엄안을 의기롭게 풀어주다)'은 동일 계열로 추정되어 4점의 '삼국지연의도'는 동관왕묘 그림임이 분명해졌다.
기록으로만 남을 뻔한 그림이 수집되어 기증과 보존처리를 통해 그 존재를 밝혀내고, 이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 전시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이다.

○ 전시와 전달방식에 다양한 방식 접목
'삼국지연의도' 등 일부 코너에서는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관람의 질을 높이도록 '비콘(Beacon)' 기법을 도입한다. 비콘은 관람객이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전시물에 접근하면 상세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사진과 음원 영상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전시 안내시스템이다. 이 기법을 통해 관람객은 유물과 연관된 이야기를 상세하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서울과 황해도 지역의 무신도 70여 점은 전시장을 마치 수장고를 개방한 듯한 느낌으로 전시한다. 수장과 전시가 결합된 이 전시형식은 여러 무신도를 관람객이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라져 가는 자료를 수집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민속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것임을 느끼고, 무속이 멀고 낯선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늘 숨쉬며 살아있는 문화현상이라는 것을 체득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삼국지연의도 거한수조운구황충, 삼국지연의도 장장군의석암안, 관운장군도, 정전부인도, 황금역사금이신장도

왼쪽부터 삼국지연의도 거한수조운구황충, 삼국지연의도 장장군의석암안, 관운장군도, 정전부인도, 황금역사금이신장도



왼쪽 위부터 산신상, 명두, 명두, 미발표 육필원고, 시베리아 에벤키 족 샤먼 무복

왼쪽 위부터 산신상, 명두, 명두, 미발표 육필원고, 시베리아 에벤키 족 샤먼 무복



※ 자료출처 :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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